'꽝' 추돌 후 7초만에 침몰…"구명조끼 입었더라면"

머니투데이 오상헌 , 최태범 , 김성휘 , 이동우 기자 | 2019.05.31 06:01

[the300](종합)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참극...한국인 33명 중 7명 사망·19명 실종 참사

【서울=뉴시스】30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우리 국민을 태운 유람선이 침몰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헝가리 기상정보 전문 제공업체인 이디오켑이 공개한 유람선 침몰 사고 당시 영상을 캡쳐한 것으로, 작은 빨간 원이 침몰된 유람선이다. 2019.05.30. (사진=이디오켑 유튜브 캡쳐) photo@newsis.com
세계 3대 야경을 자랑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예상치 못한 '참변'이 발생했다. 동유럽 정취를 즐기기 위해 친구, 가족과 삼삼오오 모여 헝가리를 찾은 한국인들이 끔찍한 사고의 희생양이 됐다.

31일 외교부와 헝가리 당국에 따르면, 지난 29일 밤 9시5분(현지시간)쯤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과 헝가리 승무원 등 35명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hableány)호가 스위스 국적의 대형 크루즈선인 '바이킹 리버 크루즈'(Viking River Cruise)호의 후미 추돌로 침몰했다.

침몰 유람선에는 9박10일간 동유럽 패키지여행 중이던 단체여행객 30명과 인솔자 1명, 현지 가이드 1명, 현지 사진작가 1명 등 33명의 한국인이 탑승하고 있었다. 전날 밤 11시 현재 사고로 발생한 한국인 사망자는 7명, 실종자는 19명이다. 나머지 한국인 7명은 구조됐으며 헝가리인 2명도 실종 상태다. 외교부는 전날 밤 한국인 사망자 2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추가 신원 확인을 위해 지문감식반을 파견하기로 했다.

패키지여행 상품을 판매한 참좋은여행은 구조자 7명의 경우 △정영아(31·여) △황성자(49·여) △이옥희(66·여) △안희철(60) △이윤숙(64·여) △윤나라(32·여) △김용미(55·여)씨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4명은 퇴원했다.

◇유람선 야경투어 한국인 33명 중 7명 사망·19명 실종


허블레아니호는 이날 오후 8시쯤 야경투어를 출발해 1시간 남짓 다뉴브 강을 돌아 선착장으로 귀로하는 과정에서 슬로바키아로 향하던 크루즈선에 의해 배 후미를 추돌당하면서 빠르게 침몰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헝가리 국영방송 MTI는 현지 경찰 발표를 인용해 “허블레아니’가 크루즈인 ‘바이킹 리버 크루즈'와 충돌한 후 7초 만에 매우 빠르게 침몰했다”고 전했다.

부다페스트 현지에는 한 달 가까이 비가 내렸으며 사고 당시에도 폭우가 내리고 낙뢰가 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직후 헝가리 당국은 소방선과 잠수부 등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진행했지만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고 물살이 거세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72세 고령자·6세 여아도 탑승…친목·가족여행 중 '참변'

사고를 당한 한국인 대부분은 참좋은여행의 동유럽 패키지투어에 참여한 단체 여행객이다. 부다페스트는 최근 많은 여행프로그램에 소개돼 인기를 얻은 가운데, 다뉴브강 유람선 투어는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어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행객 대부분은 50~60대 이상의 친목단체·가족단위로 최고령은 72세 남성, 최연소는 6세 여아다. 연령별 분포는 20대 2명을 비롯해 △30대 5명 △40대 3명 △50대 7명 △60대 12명 △70대 1명 △10세 미만 1명 등이다. 국내에서 출발한 여행객 30명과 인솔자 1명 외에 현지 가이드 1명과 현지 사진작가 1명으로 한국인은 총 33명이다.

한국인 탑승객은 총 9개 단체에 개인 1명, 현지 탑승자 2명으로 단체 구성은 적게는 2명부터 많게는 6명까지 다양했다. 일부는 60대와 30대, 6살짜리 여아가 골고루 있어 가족 3대가 여행을 온 것으로 추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 소회의실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5.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文대통령 "속도가 중요, 가용자원 총동원 구조·수색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실종자 구조와 수색 작업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가용할 수 있는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헝가리 당국과 협력해 달라”고 지시했다.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겐 “불의의 사고로 인한 피해자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세월호 구조 유경험자 등으로 구성된 해군 해난구조대 1개팀(7명)과 해경 구조팀(6명), 국가위기관리센터 인력(2명) 등을 후속대로 파견하라고 지시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실종자 생존 가능성이 낮아지는 만큼 인명 구조와 수색에 가용 자원을 집중 투입하라고 당부한 것이다.

통상 선박 침몰 사고 실종자의 ‘골든타임’은 6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33명의 한국인 탑승자 중 7명은 구조됐으나 7명이 사망하고 19명은 실종 상태다. 외교부 당국자는 “‘골든타임’이 지나면 생존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현 시점에선 구조에 중점을 두고 모든 행정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이날 오후 약 15분 동안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헝가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오르반 총리는 “모든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물리적인 구조뿐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해 성심껏 돕겠다"고 답했다.

◇강경화 장관 헝가리行, 해난구조대 등 신속대응팀 37명 급파


정부도 실종자 구조·수색을 위해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신속대응팀 39명을 현지로 급파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 8명, 소방청 12명, 국가정보원 4명, 해경청 6명 외에 해군 해난구조대(SSU) 구조 작전대대 소속 7명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2명 등을 파견했다"며 "추가 인력 파견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밤 헝가리 현지로 출국했다. 강 장관은 현지에서 헝가리 외교장관과 만나 사고 수습 방안을 협의하고 현지 신속대응팀을 지휘한다. 강 장관은 출국 전 외교부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후속대 파견을 포함해 대통령님의 지시사항이 신속하고 빈틈없게 이행될 수 있도록 본부와 현지공관 모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헝가리 정부는 실종자 수색 등을 위해 강물에 잠긴 유람선을 조속히 인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규식 헝가리 주재 한국대사는 이날 오후 대책회의에 화상연결로 참여해 “(헝가리 당국에) 헬기를 동원하고 사고 유람선 선내 수색을 우선적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헝가리 정부가) 오늘 중으로 물속에 잠긴 사고 유람선을 인양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여행사도 현지로 지원 인력을 파견해 상황 수습에 나섰다. 한국인 탑승자 가족들도 일부 출국했다. 이상무 참좋은여행 전무는 "31일 새벽 1시 현지로 처음 가족들이 출국한다"며 "모든 비용을 아끼지 않고 사고를 수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뉴시스】김병문 기자 =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사고 구조 작업을 위해 소방청 국제구조대원들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19.05.30. dadazon@newsis.com
◇폭우·낙뢰 등 악천후에도 유람선 운행 강행

우리나라의 한강 유람선과 비슷한 환경에서 많은 사상자가 나온 배경을 두고서는 추측이 엇갈린다. 우선 현지의 악천후 상황에서도 유람선을 출항한 것이 주요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외신에 따르면 현장에는 사고 전 오후와 저녁 내 천둥번개를 동반한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여행사 측에서는 패키지투어에 포함된 기본 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악천후에도 출항을 강행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여행사 측에서는 구조자 진술 등을 통해 사고 당시 시계 확보가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물이 범람해 대형 크루즈가 조타를 잃고 선박을 덮쳤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여행사 관계자는 "다른 배들도 정상 운행하는 상황이긴 했다"면서도 "다뉴브강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도착 몇 분을 남긴 상황에서 갓 출항한 크루즈가 선박의 후미를 추돌했다"고 말했다.


◇구명조끼 미착용 피해키워…침몰 유람선 70년前 건조

사고 유람선 하블라니가 1949년 건조된 노후 선박이라 외부 충격에 더욱 취약했을 것으로 보인다. 유람선은 27m 크기로 갑판 두개가 있어 최대 60명까지는 수용이 가능하다.

구명조끼 미착용도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구명조끼가 선내에 비치돼 있었으나 탑승자들은 착용하지 않았다. (현지) 관행으로 보인다”며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왜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는지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람선을 소유한 선사 측과 현지 여행 가이드가 안전수칙을 정확히 짚어줬는지, 여행사 측에서 관리·감독을 충실히 수행했는지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국내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본사에서 관련 여행 패키지를 구성할 때 구명조끼 유무 여부나 안전수칙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면서도 "현지 사정이 있기 때문에 해당 수칙이 오로지 지켜진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무 참좋은여행 전무는 "승객들이 실내 선실에 있을 경우 탈출의 안전을 위해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갑판으로 올라가 입도록 돼 있다"며 "유람선이 귀환하는 중이었고 전원 실내에 있었기 때문에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해명했다. 안전 규정에 따라 투어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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