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주의 잊고 복지 늘리다가 다음 세대 더 힘들어질 수도”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9.05.31 06:30

[인터뷰] ‘부유한 자본주의 가난한 사회주의’ 저자 라이너 지텔만 박사…“자본주의 불평등 문제 있지만, 빈민구제 역할 더 커”

라이너 지텔만 박사. /사진=임성균 기자
영화 ‘기생충’이 빈부 차이를 통해 신자유주의의 이면을 짚었다는 해석이 나올 만큼 세계는 자본주의 반감과 사회주의 흡수라는 과도기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부유의 상징이었던 자본주의는 이제 그 세력을 다한 걸까. 완벽하진 않더라도 부분적 사회주의의 도입이 필요한 것일까.

29일 서울 을지로 한 카페에서 만난 ‘부유한 자본주의 가난한 사회주의’의 저자 라이너 지텔만(62) 박사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사회주의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많은 자본주의 국가들이 자신들이 왜 부유하고 성장했는지 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을 쉽게 요약하면 자본주의는 우월하니 계속 지키라는 것이다. 듣기 좋고 편할 것 같은 사회주의는 성공을 도외시하고 이상만 부각하는 실패한 체제라는 주장도 잊지 않았다.

“반자본주의 사상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생긴 건데, 사실 잘못 해석된 셈이에요. 자본주의가 원인이 아닌데, 그렇게 연결하기 때문에 반감은 커지고 사회주의 도입 목소리가 커지는 거예요. 베네수엘라를 ‘21세기 새로운 사회주의’라며 열광했지만, 지금 어떤가요? 영국, 독일 등이 모두 찬양했던 베네수엘라 체제가 실패로 돌아갔는데도, 사람들은 금세 잊어버리고 다른 방식으로 잘 될 거라는 잘못된 믿음을 이어가고 있어요.”

저자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젊은 층 43%가 사회주의는 좋은 체제라고 여긴다. 영국 노동당은 사회주의 색깔이 짙게 배었고, 독일은 대표산업인 자동차 산업에서 계획경제화가 실현되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심한 국가개입만큼 부채도 늘었다.

라이너 지텔만 박사는 최근 발간한 책 '부유한 자본주의 가난한 사회주의'를 통해 자본주의의 장점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자본주의 반감이 팽배한 흐름에서 "자본주의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체제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토니 블레어(사회당) 시절에도 영국은 자본주의에 반응해 성장을 이끌었고, 독일의 슈뢰더는 20년 전 국민의 욕을 감수하고 경제개혁을 단행했어요. 슈뢰더 총리가 집권한 이후 실업률은 12%에서 6%로 반으로 줄었죠. 지난 10년간 아시아에서 자본주의를 강하게 밀어붙인 나라들(홍콩, 싱가포르 등)만이 성공의 길을 걸었어요.”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은 ‘불평등’에서 나온다. 저자는 ‘불평등이 감소하는 것이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가 안 좋아져 사람들의 불만이 쌓인다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문제가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인지, 국가개입의 문제인지는 따져볼 필요는 있어요. 복지국가의 대명사는 스웨덴도 1970년대 경제가 안 좋아지자 국가개입 줄여 경제개혁을 단행했어요. 많은 나라들이 시장 요소가 많아서 문제 되기보다 국가개입 요소가 많아 문제된 경우가 많았어요.”


갈수록 부의 비율이 상위 1%에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을 감안할 때, 자본주의의 한계를 인정하고 수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저자는 토마 피게티 등이 제기하는 빈부격차에 대한 통계와 공식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났다며 “자본주의는 1980년대까지 오히려 사람들을 평등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평등의 시기는 1980년에서 2010년까지 30년간이라며 같은 시기에 극빈층 숫자도 가장 줄었다고 했다. 1981년 중국의 극빈층은 88%였으나 최근 1%로 줄었고, 억만장자 숫자 역시 마오쩌둥 시절 0%에서 지금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라이너 지텔만 박사는 한국의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최저임금을 늘리고 복지를 강화하면 단기적으로 행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음 세대가 고통받을 것"이라며 "자본주의로 성장한 과거의 영광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자본주의는 동전의 양면 같을 수밖에 없다”며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의 재화를 빼앗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서로 ‘윈윈’하는 게임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성장에 몰입하다 최근 분배나 복지 쪽에 관심을 두는 한국 상황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저자는 “사회복지 증가는 단기적으로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힘들어지는 게 기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2, 3년 내로는 알 수 없어요. 다만 최저임금 올려 나중에 기본적으로 다 살기 힘들어진 건 세계적인 공통 현상이에요. 어떻게 한국에서만 성공할 수 있을까요. 복지를 증가하는 것은 부채를 늘리는 것이고, 이는 결국 문제를 미래(다음 세대)로 전가하는 것이어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더 큰 문제는 이런 정책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된다는 거예요.”

지식 엘리트들의 목소리도 자본주의 반감에 중요한 원인으로 저자는 지목했다. 경제 엘리트보다 뒤처진 지식인들이 체제의 불공정함을 탓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쌓은 부에 대해 도덕적, 윤리적으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기에 부자가 아니다” 같은 설명 모델로 불공정한 결과를 배출하는 시스템을 비판한다는 게 골자다.

“현재 자본주의를 대신 할 성공 체제가 있나요? 200년 전 통계를 보면 90% 인구가 가난했지만, 지금은 10%가 가난해요. 그 가난한 사람의 숫자가 가장 준 기간이 지난 35년이에요. 자본주의로 인해서 말입니다.”

◇부유한 자본주의 가난한 사회주의=라이너 지텔만 지음. 강영옥 옮김. 봄빛서원 펴냄. 328쪽/1만6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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