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랫폼, 정의로운 독점 그리고 경제공유

머니투데이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2019.05.30 09:58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기 많은 용어인 4차산업혁명 신드롬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빠르게 기업과 개인의 삶 속에 침투시키고 있다. 플랫폼경제는 기존 경제 생태계를 대체하며 경제 신인류를 탄생시켰다. 이 와중에 타다와 택시가 붙었다. 극한의 말싸움에 유명 벤처기업인인 이찬진 대표와 고위 공무원인 최종구 금융위원장까지 가세했다.

플랫폼경제 시스템은 기존 생산과 유통방식을 빠르게 대체하며 '온-디맨드(on-demand)' 즉, 수요 중심의 경제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고전적 '세이의 법칙'이 완벽하게 용도폐기되는 순간이다. 이제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새로운 생산방식이 출현한 것이다. 공유경제는 소비의 패러다임 조차 바꾸고 있다. 소유가치가 아닌 사용가치를 표방하며 똑똑한 소비자가 소비의 패러다임을 재정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플랫폼경제와 공유경제는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를 공적소유로 바꾸는 혁신적인 생산혁명이라 불러도 무방할 신개념으로 전통적인 기업운영을 위협하고 있다.

이렇게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노동과 기업의 작동방식은 해체되고 소속된 노동자와 스스로 고용한 자영업자가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과정은 폭력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는 노동자에게 불확실한 삶과 불투명한 미래만 보일 뿐이다. 게다가 테크문명으로부터 소외된 테크문맹자는 신문명에서 더욱 소외되고 이는 네안다르탈인이 호모사피엔스에 의해 대체되는 운명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제 세계경제는 전통적인 생산과 유통, 소비방식으로 가동되는 시대가 점차 종말을 고하고 있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19세기 초 영국 노동자는 기계에 의해 자신의 일자리가 뺏길 것을 우려해 기계파괴 운동을 벌였다.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다. 하지만 당랑거철(螳螂拒轍)의 운명임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타다 그리고 택시업계가 갈등하는 상황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갈등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시대적 흐름을 거부할 수도 없고 소비가 공급을 창출하는 신경제를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배달앱 시장에 뛰어든 쿠팡과 배달의 민족 간의 갈등의 이면에는 자영업자가 있다. 결국 타다도 배달앱도 오프라인에서 수많은 기사와 자영업자의 자본으로 구축한 택시와 매장을 플랫폼으로 네트워킹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면에서 같다. 점조직처럼 수많은 자영업자를 소비자와 연결한 거대 플랫폼기업이 빅브라더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지지와 정보를 바탕으로 정의로운 독점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플랫폼경제가 빚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고민해 보아야할 지점이 있다.


정부는 빠르게 성장하는 신산업인 플랫폼경제를 육성하는데 주저하면 안된다. 주도권을 뺏기면 회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아마존 이팩트에서 보듯이 플랫폼기업은 승자독식 구조가 형성되면 이를 뒤집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생산방식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 또한 버릴 수 없기는 매 한가지다. 플랫폼기업은 소외된 노동자를 어떻게 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기존의 것을 무력화하고 대체할 수 없는 문명사회다.

타다와 택시의 충돌 해법은 빅브라더 형식의 공유경제가 아니라 '경제공유'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갈길 바쁜 4차산업혁명의 길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할 필요가 있다. 늦으면 아무짝에 소용 없다. 플랫폼기업은 기존 택시업자와 자영업자를 대체한다는 생각보다는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공유경제의 제물이 아니라 경제공유의 대상'으로 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택시면허를 사들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이들의 연착륙을 지원하고 안정적인 새로운 취업기반을 조성하면 된다. 기업은 이들을 플랫폼경제에 어떻게 편입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배달앱 또한 자영업자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를 경쟁시켜 수익을 창출하기보다는 자영업자와 더불어 창출된 수익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바란다.

거대한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정부든 기업이든 노동자와 자영업자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경제를 당장의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보지말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갈지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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