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했던 최태원을 바꾼 사람…동거인 김희영? 김형국 목사?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조해람 인턴기자 | 2019.05.30 13:28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 만났다"는 최태원, 그를 변화시킨 사람은 누구일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8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시카고 포럼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고백이 화제다. '인간 최태원'을 변화시킨 사람에 대한 고백이다. 그는 지난 28일 SK그룹이 주최한 'SOVAC(소셜밸류커넥트) 2019' 행사에서 한 참석자로부터 "회장 최태원이 아니라 인간 최태원으로서, 무엇이 이렇게까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게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한 최 회장의 대답은 "나와는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을 보며 새로운 생각을 해 보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지독한 기업인'이었던 그를 변화시킨 사람은 누구일까.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T&C)재단 이사장이라는 관측이 높은 가운데 최 회장이 다니고 있는 교회의 김형국 목사라는 추측도 나온다.

◇최태원 SK 회장 어떻게 변화했길래?…사회적 기업에 몰두하고 친족에게 9600억 지분 증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 사회적가치 축제 SOVAC에서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최 회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사회적 가치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201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사회적 기업가 MBA' 2년 과정을 개설했고 2014년 사회적 기업 전문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을 출간하기도 했다.

2016년부터는 SK에 사회적 기업들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보상해주는 '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를 시작했다. 이에따라 올해까지 총 4년간 1078억원의 성과를 내 235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지난해부터는 계열사의 경영을 평가할 때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평가하는 DBL(더블바텀라인)을 회계 시스템에 도입했다. 또 SK 성장에 힘을 보탠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친인척들에게 "마음의 빚을 갚겠다"며 주식 329만주(종가 기준 약 9600억원)도 증여했다.

올해 초부터는 "SK그룹 구성원과 100회 만나겠다"며 '행복토크'를 시작했고 지난달에는 재단법인 '사회적가치연구원' 이사장이 됐다.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4일 근무제'를 격주로 도입해 주목 받았다.

'SOVAC 2019' 행사 역시 최 회장이 제안해 마련됐다. 행사의 주제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 사회적 가치의 시대가 온다'로 행사 사무국은 사회적 기업에 총 87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지독한 기업인이었는데…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 만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 사회적가치 축제 SOVAC에서 '소셜 밸류의 시대가 온다'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최 회장은 이 행사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게 된 개인적 이유를 밝혔다.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와의 만남이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SOVAC 2019' 행사 폐막식 무대에 올라 이어마이크를 끼고 청중들의 질의에 답하던 중 대학 교수로부터 "회장 최태원이 아니라 인간 최태원으로서, 무엇이 이렇게까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게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최 회장은 "회장이 아닌 자연인으로 대답해보라 하니 고민이 된다"고 말문을 연 뒤 잠시 망설였다.

이어 "내가 회장으로 취임했던 21년 전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아시아 금융위기가 있었고 상당히 어려웠다"며 "나는 내 인생의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전쟁을 하며 보냈고 살아 남아야만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착한 사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고, 정확히 말하자면 지독한 기업인,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그러다 보니 내 가슴은 텅 빈 것 같았는데, 그때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났다. 돈이나 이런 것엔 전혀 관심도 없고 모든 이슈도 오직 사람만을 향하는 사람이었다"며 "그 사람을 가만히 관찰해보니 제가 잘못 살아온 것 같았고 그 때부터 새로운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이제는 아예 영리 기업도 사회적 가치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이 잘못하면 고객과 소통과 공감능력이 제로가 된다. 주주들도 꼭 돈만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세상은 바뀌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 사람의 공감능력을 배워서 세상 문제에 대해, 사람에 대해 다가가는 방법은 무엇이고 사회적 기업이란 무엇인지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그 따뜻한 감정의 형태를 전해받고 사회적 기업의 문제점이 뭔지 측정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최태원과 공식행사 처음 모습 드러낸 동거인 김희영 누구?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왼쪽 세번째)/사진=티앤씨재단 페이스북

가슴이 텅 비었던 최 회장을 따듯하게 변화시킨 사람에 대해 김 이사장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최 회장이 자신을 변화시킨 사람에 대해 고백단 행사장에 김 이사장이 있었기 때문에 이 추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김 이사장이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최 회장은 이날 행사 마지막 세션인 'Social Value, 미래 인재의 핵심 DNA'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는 김 이사장이 먼저 와 있었다. 김 이사장은 제일 앞자리에 앉았고 최 회장은 세션 도중에 입장해 중간쯤에 앉았다.

최 회장은 2017년 티앤씨재단을 설립했다. 티앤씨재단은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장학·교육 사업을 벌이는 공익재단이다. 서울 용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재단의 이름은 최 회장의 이름 태원(Tae Won)의 앞 글자 T와 김 이사장의 영어이름 ‘클로이'(Chloe)의 앞 글자 C를 따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재단 설립 과정에서 20억원을 투자했다. 마지막 세션을 진행했던 김기룡 티앤씨재단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티앤씨재단은 인재 양성 장학 재단으로 재능은 있지만 환경적으로 꿈을 펼치지 못하는 아이를 위한 T장학생, 재능이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았지만 환경적 한계를 가진 아이에 기회를 주는 C장학생 등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 회장은 2015년 김 이사장과의 사이에 딸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아내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노 관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 최태원, 그의 친구 김형국 나들목교회 목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특별 사면·복권된 2015년 8월14일 오전 0시 5분께 경기도 의정부 교도소에서 출소하면서 양손으로 성경을 쥔 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일각에서는 최 회장을 변화시킨 사람이 나들목교회의 김형국 목사라는 추측도 나온다. 최 회장은 2003년부터 이 교회를 다녔으며 김 목사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깝게 지낸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2013년 1월 법정구속된 이후 2년7개월간 수차례 성경을 통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8월14일 특별사면돼 출소하면서 성경책을 들고 나올 정도로 독실한 신자다. 출소 후에도 나들목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들목교회는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다. 나들목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교회는 2001년 대학로에서 시작돼 현재 대광고등학교 캠퍼스에서 예배를 보며 70여개의 가정교회, 1000여명의 신자를 거느리고 있다. 고등학교를 빌려 예배 보는 이유는 성전을 짓는 것보다 예배 자체와 이웃에 대한 헌신이 우선이라는 것이 김 목사의 소신이기 때문이다. 성전은 없지만 교회에서 도서관과 어린이집을 조성해 비신자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이 교회는 최근 창립 18주년을 맞아 5개 교회로 분립했다.

나들목교회의 대표목사인 김 목사는 연세대 사회학과와 미국 트리니티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로는 '찾는 이를 위한 여행안내서 시리즈', '청년아 때가 찼다,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주기도문' 등이 있다 .

미국 이민 교회인 '새로운 고려 장로 교회'에서 교육 전도사와 교육 목사로 있었고 3년 동안 한인 청년들과 함께 'New Community Church of Chicago'를 개척했다. 이후 1999년 사랑의교회 부목사로 1년여간 있었다. 1995년 미국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해 슬하에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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