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짜리 교육'…우리아이 타는 노란차 안전한가요?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 2019.06.01 07:30

같은 '노란차 운전자'인데…"교육 내용 보강하고, 대상자 확대해야"

/사진=이미지투데이

"노란차 운전자는 별도의 자격을 신설하고 주기적인 안전교육을 시키면 안 됐나요. 교통사고 나기 전에 위험요인 대처하는 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축구교실 승합차 사고로 8살 아이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로 숨진 정유찬군의 어머니는 지난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지난 15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인근 사거리에서 축구교실 승합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김모씨(24)는 '노란차 운전자'였지만, 안전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 없다. 교육 대상자에 해당되지 않아서다. 다른 '노란차 운전자'들은 현재 안전교육을 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2년에 1번 3시간 남짓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오후 7시 58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앞 사거리에서 스타렉스 승합차와 카니발 승용차가 추돌했다../사진제공=인천소방본부

28일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 등에 이용되는 자동차를 운영·운전하는 사람은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현재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학원, 체육시설 등 정해진 시설의 운영·운전자만 교육을 받을 의무가 있다. 체육시설은 검도, 태권도 등 체육도장만 해당하며, 축구교실이나 수영교실은 해당되지 않는다. 축구교실 승합차 운전자 김씨는 안전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던 셈이다.

교육을 받고 있는 통학차량 운전자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교육은 도로교통공단이 실시하고 있다.

안전교육은 2년에 한번 이뤄진다. 교육 과정은 '신규안전교육'과 '정기안전교육'으로 나뉜다. 전자는 운영 또는 운전을 하기 전에 실시하는 교육이고, 후자는 2년마다 실시된다. 만약 2017년 3월8일에 통학버스 안전교육을 받았다면, 이후 2019년 1월1일~12월31일까지 다음 교육을 받으면 된다.

2년마다 돌아오는 교육은 3시간 동안 진행된다.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약 150분 수준이고, 동영상 시청 시간이 포함돼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참 적은 시간이다. 미국 대부분의 주의 경우 통학버스 운전자에 대해 최대 40시간 수준 신입교육과 3~10시간 보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의 교통행동 특성./사진=한민선 기자

교육 내용은 어린이 행동특성, 관련 법령, 주요 교육 사례 등으로 구성된다. 강의자가 어린이 행동특성으로 △어떤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들은 보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잘 보이지 않고, 구석진 곳에서 노는 경향이 있다 등을 설명하는 식이다.

영어학원 통학차량을 운전하는 A씨(55)는 "처음에 교육을 들었을 때 욕이 나올 뻔했다"며 "통학차량 관련 사고 동영상만 보여주고, 교육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심히 듣는 사람이 많았지만, 시간을 때우는 사람도 많았다. 예비군 훈련 같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역이나 강의자에 따라 교육의 질은 차이가 나는 편이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B씨는 "최근 학부모들에게 통학차량 안전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와 더 신경써서 들었다"며 "모르는 내용을 잘 설명해줬고, 기대보다 괜찮았다"고 말했다.

현재 배운 내용에 대한 검증 과정이나 사전 검사는 별도로 없다. 영국의 경우 통학버스 운전자는 적성검사, 건강상태, 범죄경력 등에 대해 사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축구교실 승합차 사고로 숨진 정유찬군의 어머니 블로그./사진=네이버 블로그 캡처

축구교실 승합차 사고로 숨진 정유찬군의 어머니는 지난 2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제가 가장 정부에 요구 드리고 싶은 건 노란차를 한 기관에서 일괄적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며 "노란차를 이용하면 비용을 더 내더라도 안전하게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되는데,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안전교육 내용 보강과 대상자 확대를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안전 전문가는 "안전교육을 실시한지 오래되지 않아 실효성을 따지기는 이르다"면서도 "교육시간을 현 3시간에서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교육은 법규 등 강의와 시청각교육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여기에 '체험식 교육'을 보강하면 더 효과적인 교육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현행 법규상 교육 대상자는 확대해야 한다"며 "축구교실은 물론 중, 고등학생이 탑승한 차량까지 '준 어린이 통학버스'로 취급해 (통학버스와) 똑같은 운전자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고등학교 통학버스는 축구교실과 마찬가지로 어린이 통학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

베스트 클릭

  1. 1 6세 손녀와 떠난 환갑 여행, 비극 됐다…35명 태운 유람선, 7초 만에 침몰[뉴스속오늘]
  2. 2 차두리 "내가 벌 받아야지"…내연 의혹 여성과 나눈 대화 보니
  3. 3 남편 일 관두고 14년째 전업주부…의사 아내 "난 복 많은 여자"
  4. 4 강형욱 아내 미담 등장…"수억원 불탔다" 물류업체 대표에 보인 반응
  5. 5 '구속 5일째' 김호중 근황…"독방서 세끼 도시락, 잠만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