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부품공급 계속해달라" 요청에 삼성·SK·LG '난감'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 2019.05.28 11:54

화웨이 임원 최근 방한서 美제재 관련 논의…국내 기업 "일단 사태 주시"

16일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을 한 남성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로 위기에 몰린 중국 화웨이가 한국 기업을 방문해 차질없는 부품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 공급 차질로 스마트폰 제조를 중단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우리 기업들은 난감한 입장이다.

28일 전자업계와 화웨이코리아에 따르면 화웨이 본사 모바일사업부 임원들은 지난 23~24일 방한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등 국내 주요 거래처를 만났다.

이들은 미국의 제재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패널, 카메라모듈 등 주요 부품에 대한 장기적이고 차질없는 공급을 요청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평소에도 정기적으로, 또 상시적으로 한국의 주요 협력사를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미국 제재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니 그와 관련된 논의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CLSA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스마트폰 부품의 경우 5~6개월치의 재고를,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에 탑재되는 칩셋은 9~12개월치의 재고가 각각 쌓아두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 미·중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출하량 감소, 시장점유율 하락, 실적 타격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화웨이가 지난해 동안 한국 기업으로부터 사들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106억5000만달러(약 13조원) 규모에 달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화웨이가 '큰 손'이며, 화웨이 입장에서는 한국이 주요 부품 공급사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화웨이는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버라이즌과 함께 5대 매출처 중 하나였다.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화웨이가 주요 고객사로, 스마트폰과 PC에 D램과 낸드를 납품하고 있다.

반도체 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으며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화웨이에 모바일용 OLED 패널 공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우리 기업들은 화웨이의 접촉이 알려지는 것 조차도 난감하단 입장이다. 미·중 양측과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자칫 어느 한쪽 편을 드는 모양새로 비춰질까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화웨이 제재에 동참해달란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기업은 일단 화웨이와의 기존 거래에 당장 변화를 주기보다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화웨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정부의 지침 없이 개별 기업이 할 수 있는 조치나 대응이 거의 없다"며 "섣불리 어떤 결정을 내리기보다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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