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빅딜' 수용 어려워…동시·단계적 비핵화가 현실적"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9.05.27 15:41

[the300]평양방문 러 전문가 "北 절실하게 딜 원해"…시진핑, G20 후 방북→방한 가능

2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2019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에서 서훈 국정원장이 축사를 하는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미국, 중국,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일괄타결식 빅딜'보다 '동시적 단계적 접근'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현실적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일본 전문가는 오히려 지금이 빅딜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로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글로벌인텔리전스 서밋: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방향과 국제사회의 동행’ 포럼에서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의 사회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전직 정보기관 및 정부 고위관계자가 참석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北 빅딜 못해…동시적·단계적 이행이 현실적"=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경제연구소 아시아전략센터장은 ”북한은 지금 당장은 빅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먼저 핵무기를 감축해 이스라엘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고 그 다음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 시스템을 중러미일 등 유관국이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장퉈셩 중국 국제전략연구기금회 선임연구원도 “중국은 애초 비핵화를 최우선에 뒀으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 이제 비핵화와 평화를 같이 추진하는 게 중국 당국의 공식적 정책”이라며 "미국이 먼저 핵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북한이 합의를 못할 것이기 때문에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는 노선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장퉈셩 연구원은 “스몰딜이 더 합리적”이라며 “북미가 전혀 상호신뢰가 없고, 북한은 약하고 미국은 너무 강력해 상호 힘의 불균형이 있는데 북한이 어떻게 즉각적 빅딜에 동의할 수 있겠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미국의 6자회담 특사였던 조셉 디트라니 역시 “'행동대 행동’ ‘약속 대 약속’이 현실적”이라며 “북한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핵무기를 개발했는데 당장은 그만두지 않을 것이고 반대급부가 있어야 할 것”이라 했다. 그는 “'연락사무소 설치 후 대사급 관계 수립이나 종전선언 후 평화선언을 하는 것'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주 평양을 방문한 톨로라야 센터장은 "북한은 실무급이 아닌 미국 최고위급에서 어떤 대가를 받고 싶은 듯 하다”며 “빅딜이 아니라도 몇 개의 연속적 스몰딜을 바라는 것 같고 절실하게 딜을 원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이 공을 갖고 있다 보고 첫 번째 움직임이 있을 거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본 측 참석자는 대립적인 의견을 냈다. 미타니 히데시 전 일본 내각정보관은 “스몰딜이라는 것은 모든 국제사회 일원이 지난 25~30년간 했던 것인데 단계적 점진적으로 해 결과가 어떻게 됐는가"라며 "김정은 위원장은 젊은 지도자라 국가를 빨리 바꾸고 싶어 한다고 한 누군가의 의견처럼 지금이 빅딜의 적기"라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에 몸 담았던 로버트 칼린 미 스탠포드 대학 초빙연구원은 “빅딜이 적기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빅딜을 요구하면) 빈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고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칼린은 "지금 북한은 미국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라 위험회피 전략을 쓰고 있는데 미국 입장에선 북한의 이 전략이 속임수처럼 보일 수 있다"며 "북한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어떤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비핵화를 시작도 못 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을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시진핑, 6월 G20 이후 방북→방한 가능할 것"=한반도 전문가들은 '북미 교착 타개를 위한 방안'을 묻는 청중 질문에 대해서도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칼린과 장퉈셩 연구원이 "제재완화"를 꼽은 반면 미타니 전 정보관은 “계속해서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라 답했다. 디트라니와 톨로라야는 “북한과의 대화"라고 했다.

미타니는 한국 정부의 '굿이너프 딜'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충분히 좋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재의 압박효과가 크기 때문에 당분간은 압박을 계속해야 하고 그 다음에 다른 가능성을 '단계 대 단계'로 타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칼린은 우리 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북한 당국이 한국 정부를 독립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며 "지난 30~40년 역사를 본 사람들은 결국 미국이 결정권자라 생각하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내놨다.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단독 재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우세했다. 디트라니는 “제재는 국제사회의 합의의 산물이라 각 국가가 일치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북한의 편가르기에 넘어가면 안되며 합의를 통해 가동을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및 방북에 대해 장퉈셩 연구원은 “중국 지도부가 현안에 매달리고 있고 미중관계가 안 좋아 북한 대화까지 신경 못쓸 수 있다”면서도 "6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북한을 먼저 방문하고 한국을 갈 것이라 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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