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졸업하는) 학생 여러분의 (학자금)대출을 없애주기 위해 보조금(grant)을 조성하겠다"며 "우리 모두 아메리칸 드림의 기회를 가지고 있는 만큼, 모든 졸업생들에게 꿈과 열정을 좇을 자유를 선물한다"고 말했다.
스미스의 이 같은 결단은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문제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등록금과의 사투' 중으로, 평소 스미스는 대학 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이 많은 학자금 빚에 억눌려 있는 것을 국가적, 사회적 문제로 보아 우려해왔다. 이에 따라 스미스는 축사하기 불과 며칠 전에서 졸업생들의 빚을 모두 갚아주기로 결심했다.
모어하우스 컬리지의 일부 학생(2019년 졸업생)만 따져봐도 빚을 지고 있는 학생은 약 400명이다. 이들이 지고 있는 대출금 총액은 약 4000만달러(약478억원)로 추정된다. 모어 하우스 컬리지의 등록금은 1년에 2만5368달러(약 3000만원)로, 기숙사비 등 다양한 비용을 모두 합치면 1년에 약 4만8000달러(약 5700만원)가 들어간다. 학교 측에 따르면, 학생의 약 90%가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으며, 1인당 평균 3만5000~4만 달러(4100만~4700만원)에 달한다.
이를 모어하우스 전체 학생, 모어하우스가 위치한 조지아주 대학생의 대출금, 미국 전체 대학생의 대출금 등으로 확대할 경우 얼마나 규모가 클지 대충 감이 온다. 억만장자들이 모두 달려들어 대학 등록금 대출금 문제를 해결해보려해도 불가능할 지경이다.
문제의 기저에는 살인적인 미국 대학 등록금이 있다. SAT와 AP 시험을 주관하는 비영리 단체 '칼리지보드'에 따르면 2013~2014년 사립 비영리 4년제 대학의 학비, 방세 등 평균 비용은 연간 4만917달러(약 4900만원)였다. 공립 4년제 대학의 학비, 방세 등 평균 비용은 연간 1만8391달러(약 2200만원)였다.
상황이 이러하니 2017년 졸업생을 기준으로 미국 대학생 한 명이 졸업할 때까지 들어간 평균 비용은 12만5000달러(약 1억4000만원) 수준이다. 미국 중간 소득 가구의 연간 소득이 6만 달러(약 7100만원) 수준이므로, 대학생 한명을 키워내는 건 일반 가정이 부담하기에 여간 버거운 게 아니다. 그래서 미국 공립대학생의 77% 그리고 사립대학생의 86%가 학자금 대출 등을 받는다.
문제는 졸업할 때쯤엔 다들 빚쟁이가 돼있다는 것이다. 졸업하는 대학생의 3분의 2에 달하는 학생들은 2010년 기준 평균 2만4000달러(약2800만원)의 빚을 지고 대학 문을 나선다. 금액이 상당하니 몇년 안에 떨칠 수 있지도 않다. 대학생 재정보조 전문가 마크 칸트로비츠는 2011년 뉴욕타임스에 "졸업하는 대학생의 상당수가 자기 아이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 학자금 대출빚을 갚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어마어마한 상승률을 타고 미국 대학 등록금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져만 간다. 미네소타에 위치한 비정치적인 교육 기관인 인텔렉츄얼 테이크아웃(Intellectual Takeout)이 발표한 1978년부터 2010년까지의 대학 등록금과 주택가격 및 소비자 물가지수 비교 그래프에 따르면 주택 가격은 1978년과 2006년 사이 4.35배 증가한 반면, 대학 등록금은 주택 가격 보다 10.5배 증가했다.
결국 대학생들은 최대한 적은 빚을 지고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대학생들은 슈가대디, 혹은 슈가마미를 만나 성적인 내용이 포함된 서비스를 제공한 뒤 재정적 지원을 받는 슈가베이비가 되기도 한다. (☞원조교제 어때?"… '검은 손'에 빠진 '슈가베이비' [이재은의 그 나라, 미국 그리고 슈가베이비 ①] 참고)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양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곤궁해지니 먹을 것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위스콘신 대학교의 '희망 랩'(Hope Lab)에서 연구한 결과, 미국 20개주 2년제 및 4년제 대학에 다니고 있는 4만3000명의 학생 중 36%가 재정적 빈곤으로 인해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나에 위치한 한 대학의 경우, 74%의 학생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끼니 걱정을 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대출을 받거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이들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평범한 대학생들'도 이 같은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스콘신 희망랩 설립자인 사라 골드릭랩은 "사람들은 대학생들이 캠퍼스내에서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이런 오해 때문에 대학생들이 굶고 있는 사실은 오랜 기간 주목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2016년 미국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대학 캠퍼스에서 1년간 식사하는 비용은 4년제 공립대학교 4400달러(520만원), 4년제 사립대학교 5600달러(660만원)다. 연간 6000달러(700만원)를 웃도는 곳도 적지 않다.
최근 대학생의 과도한 등록금 부담 문제가 조명되면서, 대학생의 '식량 안보' 문제도 함께 주목 받았다. 대학 등록금, 교재비, 월세, 생활비 등에 치여 먹는 데 돈 쓰지 못하는 대학생들에게 끼니를 제공하는 '푸드뱅크'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대학들이 창고 형식의 장소를 빌려주고, 비영리 단체가 세금 지원이나 기부를 받아 음식을 배포하며, 자원봉사자들이 일하는 형식이다. 학생들은 소득에 관계 없이 최대 한달에 3번 푸드뱅크를 방문해, 통조림콩, 참치, 스파게티 소스, 파스타면 등의 음식을 3일 분량 받아갈 수 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그 어떤 학생도 굶지 않도록'(No Student Goes Hungry)이란 이름의 프로그램 일환으로 지난해 뉴욕주내 모든 대학에 푸드뱅크를 설치했다. 이에 모든 학생들은 신분과 가정형편에 상관없이 누구나 캠퍼스 내 식료품 배급소에서 무료로 음식을 받아먹을 수 있게 됐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