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로비하던 '중의학', WHO 공식인정 받았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19.05.27 15:39

양의학계는 반대 "입증되지 않았다"…중국 정부의 로비 의혹도 불거져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웨양 병원의 약방에서 한 중의사가 약을 짓고 있다. /사진=AFP.
세계보건기구(WHO)가 양의학계의 반대에도 중국전통의학(중의학, TCM)을 최초로 공식인정했다. 일부 외신들은 이번 결정이 중국 정부의 로비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2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주말 국제질병분류 개정안(ICT-11)에 처음으로 '전통의학' 장(章)을 만들고 중의학을 포함시키며 그 효능을 인정했다. ICT는 수천개의 질병과 그 의료진단을 담는다. 향후 의학연구의 방향을 설정하는 문서로 각국 정부는 이를 참고해 정책을 수립하고, 보험사들도 보험 보장 범위를 설정하는 데 활용한다.

WHO는 "ICT의 목적은 모든 질병과 그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담는 것"이라면서 "중의학은 이미 전 세계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어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의학은 아직까지 제대로 문서화되지 않고 있다"며 "중의학을 (ICD에) 포함시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표준을 설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문가들도 WHO의 결정을 반겼다. 중국침술·뜸연합회의 류바오얀 회장은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중의학 국제화에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라며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중의학 질병 통계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의 (다른) 의료시스템과 중의학을 통합하는 과정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구사회에서 중의학을 가리키는 'TCM'은 한의학 등 중의학에서 파생된 아시아 각지의 전통의학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로 통용된다. 중의학은 중국에서만 1300억달러(153조원) 규모의 시장을 구축했다. 세계 183개 국가가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포함한 40개 이상의 외국 정부는 중국과 관련 협정을 맺고 있다.

그러나 양의학계는 중의학의 효능 및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를 입증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WHO가 약초약(한방약)의 부작용 및 위독성을 간과했다고 이들은 비판한다.


미 뉴욕 스토니브룩대학의 아더 그롤만 약학 교수는 "중의학의 효능과 독성에 대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인정하면 세계인들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면서 "증명되지 않은 치료법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의료비용을 크게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마거릿 챈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6년 7월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AFP.
외신들은 WHO가 중국 정부의 로비에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한다. CNN은 "중국 정부는 이번 결정을 위해 로비해왔다"면서 "중국에 큰 승리"라고 전했다. 중국은 2016년부터 중의학 확대를 국가전략사업으로 분류하고 '일대일로'(신 실크로드 구상)를 통해 참여국에 중의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특히 2006부터 2017년까지 WHO의 사무총장을 맡던 마거릿 챈은 홍콩계 캐나다인으로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챈 전 총장 아래 WHO는 2014년 중의학을 기존 의료복지체계에 편입시키기 위한 10년 계획을 세우는 등 중의학 공식 승인을 추진해왔다.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는 "챈이 총장직에 오르면서 WHO와 중국이 급속도로 가까워졌다"면서 "챈은 베이징중의학대와 홍콩대의 지원을 받아 사이언스지에 기고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챈은 당시 기고에서 중의학이 저렴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의료 혜택을 보급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에 지난 2017년 WHO 본부를 처음 방문해 챈 전 총장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침의학에 사용되는 인체 모형을 들고가며 중의학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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