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되는 유럽의회… 투자자의 새로운 걱정거리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9.05.26 17:20

유럽의회 선거로 극우·포퓰리즘 세력화 예상…정치 분열 가속, 금융시장 이미 충격

지난 24일 독일 북서부 뮌스터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대한 긴급 행동을 요구하는 학생 시위에 등장한 유럽연합(EU) 국기. 26일 유럽의회선거가 끝나는 가운데 유권자들은 기후변화와 함께 경제와 이민 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AFP
유럽연합(EU) 입법기관인 유럽의회 751명의 의원을 새로 뽑는 선거가 26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선심성 정책과 이민 반대 등을 내세운 극우·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정당들이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EU의 앞으로 행보에도 많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동시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럽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퓰리즘 주류 세력으로 자리 잡나=지난 23일 영국과 네덜란드부터 시작된 유럽의회선거는 이날 독일과 프랑스 등 21개 회원국을 마지막으로 투표를 종료한다. 유럽의회는 26일 오후 8시 15분(한국시간 27일 새벽 3시 15분)쯤 첫 투표 결과 전망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선거는 2016년 6월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하고 이탈리아 등에서 포퓰리즘 정당들이 세력을 굳힌 이후 치러져 특히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反) EU·이민 성향의 극우·포퓰리즘 정당이 중도 우파인 유럽국민당(EPP) 그룹, 중도좌파인 사회당(S&D) 그룹과 함께 유럽의회의 주요 정치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투표율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EU 체제에 대한 회원국 국민의 관심을 보여주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유럽의회선거 투표율은 42.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선거가 끝나면 오는 28일 EU 회원국 정상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공식 정상회의를 열고, EU 행정부 수반인 집행위원장과 EU 정상회의 의장,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지도부 구성에 대해 논의한다. 특히 집행위원장은 유럽의회 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치그룹이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현재 EPP의 대표후보인 만프레드 베버 유럽의회 의원, S&D의 대표후보인 프란스 티머만스 EU집행위 부위원장이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선거결과에 따라 극우·포퓰리스트 정당의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도 후보가 될 수 있다.

26일 프랑스 북서부 르-뚜께 시청에 마련된 유럽의회선거 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사진=AFP
◆유럽의회 분열, 경제 불안도 가중=유럽의회가 다양한 정치세력으로 분열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럽 경제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유럽의회에서 반(反) 체재 정당의 약진이 예상되고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를 둘러싼 내홍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하면서 유로화와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결속을 보여주는 독일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스프레드(금리차)는 지난 24일 2.67포인트로 올해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불안해진 투자자들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독일 국채로 몰리면서 독일 국채 금리는 내리고,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오르는 탓이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올해 0.24%에서 0.12%로 반토막이 났다.


투자회사 프랭클린 템플턴의 유럽채권 부문 책임자 데이비드 던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유럽 유권자 대부분은 이번 선거를 '항의 표'를 던질 기회로 보고 있지만, 포퓰리즘 정당이 약진하면 다른 주요 정당이 법안을 통화시키기 훨씬 어려워진다"고 했다. 유럽의회를 중심으로 유럽 내 정치 분열이 가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불안한 EU 체제의 배경에는 모든 회원국에 동일하게 엄격한 재정 규칙을 적용하는 문제가 바닥에 깔렸다. EU는 회원국에 재정적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 채무 잔액 60% 이하를 지키도록 요구한다. 경기가 나빠져도 재정 지출을 늘리거나,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등의 경기 부양책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실제로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경우 GDP 대비 고정자산투자 비율이 각각 13%, 1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를 밑돈다. 정부가 투자를 늘릴 수 없는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1960년대 생긴 고속도로 교량이 무너져 40명이 숨지는 어이없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반대로 독일처럼 경제가 튼튼한 나라에서는 몰려드는 이민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WSJ은 "최근 세계 경제 둔화와 통상 마찰 우려가 금융시장을 짓눌러 왔지만, 유럽 투자자에게는 '정치 리스크'라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있다"며 "EU 체제에 회의적인 정치 세력이 의석을 늘리고, 다양한 세력이 혼재하는 '분열'된 의회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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