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천% 수익 보장"… 전직 증권맨도 당한 사기코인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 2019.05.26 14:06

다단계 코인 강남서 퍼져 전국에 피해자 수만명·피해금액 수천억원 달해

"가상통화(코인) 투자가 뜨고 강남 테헤란로가 다단계 코인 사기꾼 판이 됐어"

서울 일선 경찰서 한 수사과장의 말이다. 2017년 말, 2018년 초 코인 투자 광풍이 휩쓴 후 사기꾼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는 얘기다.

타겟은 5070세대. 사기 수법은 기존 유사수신 다단계 금융사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원금 100%·수익률 수백~수천% 보장 △투자자 유치시 인센티브 등을 내걸고 투자자를 현혹했다.

뻔한 문구였지만 주부부터 은퇴한 증권맨, 대학교수까지 수만명이 몰렸다. 투자자 대부분은 '피자 한판 가격이었던 비트코인이 2000만원이 됐다'는 소식만 어깨너머로 들어 본 코인 문외한이었다. 그럼에도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은퇴자금이 들어갔다.

하지만 투자자의 꿈이 무너지는 건 채 6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실제 사기코인은 가치도 실체도 없었다. 사업설명회 때 보여준 공장 사진, 대기업과 맺은 계약서는 모두 사기였다. 의심이 들었을 땐 이미 늦었다. 홈페이지는 막혔고 '곧 정상화된다'는 희망고문만 이어졌다.


피해자 모임에서 만난 60대 은퇴 증권맨은 "이자 명목으로 현금 대신 지급하는 코인을 환전할 수 있고, 향후 코인을 상장시키겠다는 말을 믿었다"며 "은퇴 자금을 조금 더 불려 보려다 돈을 잃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피해자가 속출하자 경찰·금융당국에서 나섰지만 수사는 더디다. 전국에 퍼져있는 투자자가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나서지 않고 있다. 몇달 째 사이트가 막히고 대표가 잠적해도 굳게 믿는 투자자도 많다. 대표가 구속되면 원금을 못 찾을까봐 경찰서를 찾아가 항의하는 투자자도 있다.

제도권에서 공격적으로 투자상품을 내놓는 증권사조차도 원금보장형 상품은 연수익률이 3%를 밑돈다. 원금을 100% 보장해주려면 연 이자 3%를 주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5070세대가 수십년간 삶을 견뎌내며 몸소 체득한 지혜이기도 하다. 원금과 연 수익률 수백~수천%를 보장하는 투자는 세상에 없다.
최동수 기자

베스트 클릭

  1. 1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2. 2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3. 3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4. 4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
  5. 5 월세 1000만원 따박따박…컨테이너 살던 노숙자→건물주 된 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