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133조 투자도 환영받지 못하는 나라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19.05.21 16:54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미국에선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 그 지역에서 난리가 납니다. 일자리가 생기는 만큼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 정부 공무원까지 서로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합니다. 세금 감면 등 파격적인 혜택은 기본입니다."

최근 만난 한 대기업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아간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되자 이렇게 말하며 씁쓸해했다. 대규모 투자 결정을 한 기업을 격려하는 자리조차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이 답답했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공개했다. 이어 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삼성공장 방문은 이 같은 투자에 대한 화답이다. 실제로 올해 초 주요 대기업 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해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약속한 터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을 '경제 활력 제고'라는 미명 아래 대통령이 직접 만나는 것 자체로 사법부에 던지는 메시지가 작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했다. "상투적인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봐주기 아니냐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재판은 재판, 경제는 경제'라고 명쾌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삼성전자가 발표한 정도로 투자했으면 국빈 대접을 받았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가 경제의 최첨단 사업장인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한 것은 어려운 경제 현실 타개를 위한 긍정적 신호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들여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에 에탄크래커 공장을 준공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백악관에 초대해 "이번 투자는 미국의 승리인 동시에 한국의 승리"라고 치켜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 내 대표적인 삼성 저격수로 꼽히는 박용진 국회의원도 "폭 넓은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하는 입장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있다"고 했다.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소신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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