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떠나온 지 2년. 교수이자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으로 살던 양정철이 어느날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10년 가을이다. 양정철은 '그분 대해 갖고 있는 빚, 그 분이 주고 가신 숙제를 하나씩 해 나간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한다'며 블로그의 시작을 알렸다. 스스로에게 '뉴스 셰프'라는 별명을 지어준 뒤 참여정부 인사들을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인터뷰가 바로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직전 양정철은 문 이사장을 만나 직접 정치 참여 의사를 물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후보 언론보좌관이었던 그가 문재인 곁에 서서 다시금 '킹 메이킹'을 시작했다고 평가받는 지점이다.
양정철은 문 이사장에게 "정치적으로 끊임없이 난감한 요청을 받아 왔다. 앞으로도 그럴텐데 여전히 같은 원칙을 갖고 계신건지" 물었고, 문 이사장은 "네"라고 단답형으로 답했다.
문 이사장은 "많기야 하겠어요? 음…. 그렇게 현실성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며 신중하고 완곡하게 답했다.
애둘러 회피하는 답이 올 때 마다 양정철은 아내 김정숙 여사와의 만남, 학창시절 취미, 특전사 시절 추억 등을 물어보다가도 긴장감을 낮춘 뒤 다시금 정치 화두를 툭툭 던졌다. "선거에서 민주진영전체의 승리를 위해선 어떻게든 역할을 하셔야 한다는 절박한 요청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실 것 같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이 힘을 뭉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는 메시지로 문 이사장의 마음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그리고 7년 뒤 장미대선에서 문재인 이사장은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과정에 양정철이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의 자서전 격 저서인 '운명'의 집필을 돕고, 18대 대선 낙선 후 떠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함께 했다. 2017년 문 대통령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기획한 것도 양정철로 알려졌다.
2011년 시작한 팟캐스트 방송 '나는꼼수다' 2014년 '김어준의 KFC', '김어준의 파파이스', 2016년 김어준의 뉴스공장(TBS) 등으로 끊임없이 진보 정치인을 소환했다. 2010년대부터 보급된 스마트폰의 물결은 김어준의 등장에 힘을 보탰다. 팟캐스트와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한 'SNS 정치혁명'이라는 김어준은 자평했다.
또 보수진영의 '친노' 계파 공격이 심화하자 김어준은 "친노는 보스 중심이 아니라 가치와 지향으로 묶여있다"며 강력한 연대의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특히 2012년 문재인 후보의 대선 도전을 공개 지지하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가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다. 친노의 부활이 아니다"며 새로운 의미 부여에 성공했다.
이제 두 사람의 시선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 향한다.
지난 18일 광화문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 새로운 노무현' 토크콘서트에서 사회를 맡은 김어준은 무대 올라선 유시민 이사장에게 "본인이 나은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나은가"라며 자연스레 대권 경쟁구도를 언급했다. 현재 민주연구원을 맡고 있는 양정철 원장도 "47세 장관이면 소년급제 한 것"이라며 "벼슬을 했으면 그에 걸맞은 헌신을 해야"한다며 정치 참여를 종용했다.
유 이사장이 "원래 자기 머리는 못 깎는다"고 우회적으로 답하자 김어준은 "오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유 이사장의 ‘내 머리는 내가 못 깎는다’는 것”이라며 주변의 종용이 더 필요하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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