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게임에 대한 시각을 '혁신'하자

머니투데이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 2019.05.22 04:00
"기도 하면서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처음 교회에 나온 사람이 목사님께 질문했다. 목사님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친구가 질문을 바꿔 보라고 조언했다. "담배를 피울 때 기도를 해도 되나요?"라고. 조언대로 목사님께 다시 물었다. 목사님이 껄껄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기도는 아무 때나 가능합니다." 동일한 사건도 접근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기도를 중심으로 담배에 접근하는가, 아니면 담배를 중심으로 기도에 접근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프레임 효과'라고 부른다.

최근 게임은 하나의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혁신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들은 시청자가 상황을 직접 선택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역할수행게임(RPG) 속성을 가졌다. 구글이 발표한 '스테디아'는 스트리밍과 게임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이런 흐름이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과거부터 게이미피케이션이란 명칭으로 불리던 현상이 기술의 진보와 함께 더 강화됐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 요소를 접목시키는 것이다. 스포츠용품 회사가 게임 기술을 적용해 힘들고 어려운 운동이 아니라 즐겁고 신나는 운동으로 변모시키는 게 대표적 사례다. 최근 가상현실, 증강현실 기술들은 예외 없이 게임과 결합해 혁신을 가속화한다.

그런데 동일한 프로그램도 어떤 프레임이냐에 따라 혁신이냐, 규제냐가 갈리고 있다. 예를 들어 스크린 골프나 야구의 경우와 닌텐도 '위'(Wii)의 골프나 야구 게임은 동일한 콘텐츠를 사용하지만 스포츠와 게임 중 무엇으로 분류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로를 밟는다. 스포츠의 경우 미래형 스포츠 프로그램으로 인식되는 반면, 게임의 경우 등급과 연령 심의를 받고 지속적인 사후관리 대상이 된다. 동일한 형태의 주사위 굴리기나 가위바위보 게임도 마케팅으로 분류되면 자유롭지만, 게임으로 분류되는 순간 경품 규제의 대상이 된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게임이 혁신의 원천이라면 그것을 지속한 게임사들이 더 열심히 해서 확산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게임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게임사가 운영하면 규제를 받고, 게임과 무관한 회사가 게임을 도입하면 각광 받는 기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게임사들의 과거 행적이나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은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게임 기술과 서비스에 그런 인식을 무차별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 미래로 가는 길을 스스로 차단하는 자해행위다.


컴퓨터 과학자 마크 와이저는 가장 혁신적인 기술은 일상 속에 파고들어 기술로 인식되지 못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지금 게임은 영화, 드라마, 음악, 웹툰, 교육, 스포츠, 치료 등 다양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 사라지는 단계에 와 있다. 석유와 전기가 과거 산업혁명의 동력이었다면, 이제 4차 산업혁명의 동력은 게임이다. 과거 게임인가 아닌가의 이분법적 프레임을 넘어서 게임을 결합한 신산업 영역, 제3의 융합산업영역을 만들고 관리하는 일은 게임뿐 아니라 문화산업 전체의 혁신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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