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로운 기회 '유엔조달시장' 가는 길

머니투데이 정무경 조달청 청장 | 2019.05.24 04:00
지난 5월7일 정보통신기술(ICT), 보안, 방산 분야 등으로 구성된 '유엔조달시장 개척단'과 함께 뉴욕을 방문했다. 유엔조달본부를 관장하는 운영지원사무국(UN DOS)과 유엔프로젝트 조달기구(UNOPS) 고위책임자를 만나 면담을 하고, 개척단으로 파견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보며 유엔조달시장 진출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

이날 저녁 참가기업들과 간담회에서의 일이다. 14시간의 긴 비행과 바로 이어진 세계한인무역협회(OKTA)와의 미팅에도 불구하고 기업 참가자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열의로 가득 차있었다.

안전관리 시스템을 생산하는 한 벤처기업의 대표는 "유엔에 제품을 시범 사용하도록 해 시장 저변을 넓히고 이를 통해 진출 기반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는 유엔조달 진출을 위한 홍보 전략이자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우수한 자사 시스템에 대한 강한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다.

9개의 중소기업들은 8~9일 이틀 동안 유엔조달본부(UNPD)의 각 분야별 조달담당관들과 미팅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유엔조달 입찰절차 등에 대해 토론할 기회를 가졌다. 이번 미팅이 실제 납품기회로 이어질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제품들의 기술력을 볼 때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아프간 등에 납품경험을 바탕으로 유엔 평화유지군 주둔지역에 공급 가능한 로드블럭,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무선영상 및 데이터 송수신 장치, 그 외에도 특허 등이 적용된 방호장갑, CCTV 카메라 등 국내외에서 그 우수함을 인정받은 제품들이다.

우리기업들의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유엔조달시장이 녹록한 편은 아니다. 유엔조달시장은 20조 원에 달하는 거대시장으로 투명하고 안정적인 계약이 가능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국기업의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했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만큼 복잡한 서류가 요구되며 높지 않은 계약금액임에도 험지로 납품해야 하는 등 배송조건도 까다롭기 때문에 중소기업에게는 커다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유엔조달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8일 면담한 유엔 DOS의 크리스티안 샌더스 사무차장보도 "유엔조달에 들어오는 기업들이 입찰가격(money)과 함께 명성(prestige)을 고려해 시간을 갖고 투자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엔조달 실적이 중요한 이력으로 작용해 향후 다른 국제기구나 정부조달시장 진출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유엔조달은 의약품이 77%를 차지하는 등 일부 품목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다른 분야에도 경쟁력 있는 물품들이 많은 만큼 얼마든지 기회는 열려있다. 지난 4월에 열린 나라장터 엑스포에서도 해외조달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내 250개 사와 해외 바이어 80여 개 사가 참가한 엑스포 수출상담회에서 총 1264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계약된 품목도 CCTV, 시각장애인용 점자시계, 해상구조 부유물, 혈액약품냉장고 등 다양했다.

이번 유엔 방문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유엔조달시장에 관심을 갖고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엔조달 제안서 작성을 전문기관을 통해 대행하도록 지원하고 유엔조달본부뿐 아니라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조달규모가 큰 유엔 기구를 중심으로 공략대상을 확대하고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연간 120조 원 가량의 국내 조달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해외조달시장이 우리 중소기업들에게는 블루오션이다. 기술력이 뛰어난 많은 기업들이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유엔조달 시장 진출을 통해 교두보를 확보하고 국제기구 등 해외조달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무경 조달청장./사진제공=조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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