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연금…생보사, 치매보험 '부메랑' 될라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9.05.21 04:23

경증 치매 진단금 손보사 보다 낮지만 종신 간병비 지급 가능…역선택+장수 리스크 커 "향후 부담 불 보듯" 우려도

손해보험사들이 연초부터 경증 치매에 걸리면 진단금을 10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주는 상품을 팔면서 치매보험 시장이 달아올랐지만 판매량은 경증 치매 진단금을 500만원 내외로 주는 생명보험사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가 팔지 않는 종신 간병비 지급 상품을 판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는 나중에 생보사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 치매보험을 가장 많이 판 곳은 한화생명이다. 총 20만건이 넘는다. NH농협생명도 14만건 이상 판매했다. 같은 기간 손보사는 5만건을 넘긴 곳이 없다. 경증 치매 진단금을 한때 3000만원까지 높였던 메리츠화재도 3만5000여건에 그쳤다.

업계는 생보사가 판매하는 치매보험이 손보사와 달리 중증 치매 진단 시 매월 수백만원대의 간병비를 죽을 때까지 주는 점이 ‘연금’ 못지 않은 유인이 됐다고 분석한다.

손보사들은 간병비를 지급할 수 있지만 종신보험을 팔 수 없어 간병비도 기간을 정한 상품만 팔 수 있다. 반면 생보사는 종신위험률을 사용할 수 있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생보사가 중증 치매에 걸리면 죽을 때까지 매월 100만원 안팎의 간병비를 지급하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일각에서는 경증 치매에 대한 거액의 진단금보다 매월 연금처럼 지급하는 간병비가 향후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치매보험은 보험료가 비싼 편이라 가입 후 단기간 내에 진단을 받지 않으면 사실상 본인이 낸 보험료를 보험금으로 도로 타가는 셈이 된다. 실제로 매월 보험료로 10만원 씩 10년 간 내면 납입한 보험료가 1000만원이 넘어간다.


하지만 중증 치매 진단 시에는 사망 시까지 매월 간병비를 보장하기 때문에 매월 100만원 씩 10년만 받아도 1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받게 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죽을 때까지 간병비를 주는 보험은 해외에서는 리스크가 너무 커 판매하는 곳이 없다”며 “국내에서도 치매보험의 종신 간병비는 재보험사들이 인수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생보업계는 중증 치매 진단 시 통상 생존 기간이 길지 않아 리스크가 생각보다 크진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간병비 지급 기한을 처음부터 10년으로 제한한 삼성생명과 ‘종신’에서 ‘15년’으로 최근에 상품을 개정한 한화생명을 빼면 대부분 죽을 때까지 간병비를 주는 조건으로 상품을 팔고 있다. 교보생명의 경우 간병비 지급 기간 제한을 검토했지만 기존처럼 판매하기로 했고, 오렌지라이프 등 일부 생보사는 개정을 검토하고 있으나 상품 경쟁력 등을 감안해 결론을 내지 못 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평균 수명 연장과 의학 기술 발달 등을 고려하면 향후 종신 간병비 지급으로 인한 부담은 불 보듯 뻔하다”며 “치매에 한정된 상품이긴 하지만 발병한다는 가정 아래 수백만원대 간병비를 연금으로 생각하고 역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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