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걸 깨닫는 게 어른"…'인생 선배'들의 이야기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9.05.20 09:50

성년식 치른지 한참 된 이들이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진짜 어른이 되길"

제46회 성년의 날을 맞아 21일 서울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린 전통성년례 재현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가례 의식을 갖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직장인 김성훈씨(34)는 14년 전 성년(成年)이 됐다. 생일이 빠른 편이라 성년의 날 이미 만 19세였다. 그래서 그날 만큼은 "드디어 어른이 됐다"는 걸 만끽했다. 대학 동기들과 술을 새벽 2시까지 마시고, 술기운을 못 이겨 화장실서 구토를 했다. 취한 동기가 "그만 마시라"며 등을 호되게 두드려주던 추억, 김씨는 그렇게 어른이 됐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흐르는 동안, 성년이 주는 무게감(感)을 고스란히 느꼈다. 그저 자유롭다 여겼는데 그게 다가 아녔다. 행동에 따른 책임감이 그만큼 무거워졌다. 군대를 다녀왔고, 취업을 했고, 결혼을 하는 동안, 그걸 처절하게 깨달았다. 김씨는 "예를 들면 운전하다 시비가 붙었을 때, 쉽게 화내지 못하는 거라 생각하면 된다"며 "모든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게 어른이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미 성년이 된 '인생 선배'들은 이 같이 저마다의 추억담(追憶談)을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스무살(만 19세)이 된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누군가에겐 후회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리움이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을 잘 보냈으면 하는 마음만 공통적이었다. 머니투데이가 20일 인터뷰를 통해 이들 얘길 들어봤다.

차마 이름을 밝힐 수 없다던 고모씨(37)는 '성년의 날'하면 스무살 때 사귄 여자친구가 떠오른다고 했다. 첫사랑은 아니지만, 그에겐 더 아련했던 사랑이다. 고씨는 17년 전 5월20일, 여자친구와 소주를 5병 정도 잔뜩 마셨다. 그리고 "술 기운에 길거리서 서로 키스를 진하게 했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는 군대 가기 세 달 전 헤어졌다. "헤어지며 엄청 질척거렸다"고 회상했다. 이미 결혼을 해 아이까지 낳은 고씨는 "스무살이 되면 모든 걸 쏟을만한 사랑을 한 번쯤 꼭 해봤으면 좋겠다. 그 젊음이 참 그립다"고 했다. 그 과정서 배우는 게 참 많다면서.

취업준비생인 이가영씨(24)는 성년이 된 해 국회의원 선거(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처음 했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집에 날아 온 선거 안내 책자를 귀찮아서 대충 보고 투표했는데, 선출된 이를 보면서 후회를 했단다. 이씨는 "투표권이 처음 주어지는 만큼 꼭 선거 안내 책자를 정독하고,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있는지 없는지 보고, 공약이 허무맹랑한 것인지 확인했으면 좋겠다"며 "투표가 미래"라고 강조했다.


스무 살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지 못한 걸 후회하는 이도 있었다. 올해 복학한 대학생 정민우씨(25)는 성년이 된 해 친구들과 놀러다니기 바빴다. 공강 시간엔 당구를 치거나 동기 자취방에 들어가 놀았고, 동아리도 하다가 중간에 그만뒀다. 이제 4학년이 된 정씨는 "좀 더 자유롭고 여유롭던 그 시간을 잘 못 쓴 게 후회되고 아쉽다"며 "뭐든 의미 있는 걸 한 가지는 꼭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미 불혹(不惑)의 나이가 된 직장인 허모씨(40)는 성년이 된단 것에 대해 "평범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허씨는 "스무살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내 자신이 참 특별했고, 꿈이 자주 바뀌기도 했었다"며 "세월이 지나 나도 평범한 사람 중 하나였구나 깨닫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잃지 않고, 스스로를 대견히 여기며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며 "살아가는 건 평범하지만, 그 평범한 삶은 하나 뿐이고,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공이니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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