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시내 한 현대자동차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들뜬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이 매장에는 올해 출시된 대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 팰리세이드와 신형 쏘나타가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나란히 세워졌다. 판매 투톱인 두 차량을 고객들이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실내·외등을 켜뒀다.
직원에게 "오늘 팰리세이드 계약을 하면 언제쯤 받을 수 있냐"고 묻자 "내년은 돼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그는 "현대차 직원인 저도 지난 2월에 팰리세이드를 계약했는데 11월쯤에나 받을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가히 열풍이라고 할 만한 팰리세이드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까지 출격 대기 중이다. 또 다른 현대차 매장 직원은 "GV80도 최고 기대작"이라며 "수입차 SUV 고객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업 일선에서 뛰는 현대차 매장 직원들은 올 들어 가격, 성능 면에서 막강한 신차가 쏟아지자 "그동안 수입차에 눌려왔었는데 모처럼 소비자에게 자신있게 내놓을만한 신차가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현대차 인기는 수치로도 입증됐다. 30%대 초반까지 추락했던 현대차 국내 승용차 판매 점유율(상용차 제외)이 '신차 효과'로 올 1~4월(누적)에 40.3%까지 치솟았다. 4월 월 판매 점유율은 41.8%로 2010년 1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살아나는 반면 극심한 노사 분규를 겪었던 한국GM·르노삼성 등 경쟁 완성차의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침체 상태다. 매년 고속 성장하며 현대차 시장을 잠식했던 수입차도 디젤 게이트, 화재 이슈 등을 겪으며 소비자 인식이 나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수입차 소유자들이 다시 현대차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 차를 보유 중인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브랜드 이미지, 희소성 등을 고려해 수입차를 샀는데 막상 타보니 특별함은 별로 느껴지지 않고 수리비 등 유지비만 부담"이라며 "다음 번 차량은 디자인·성능이 개선된 현대차를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가 팰리세이드 출시로 대형 SUV가 잘 팔리는 흐름을 탄데다 신형 쏘나타의 경우 택시 모델을 출시하지 않는 등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 입맛에 맞는 차종 투입이 연속적으로 이뤄지면서 10년 만에 내수시장 40% 벽을 넘어섰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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