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는 짙은 색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큰 가방을 멘 모습으로 입국장에 들어섰다. 오랜 여행과 장기간 억류된 탓에 지친 기색이었다. 장씨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건강에는 이상 없다. 염려해줘 고맙다"고 했다. 식사를 제대로 했는지 묻자 "밥은 잘 먹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여행자제·철수권고’ 위험 지역인 서아프리카를 여행한 이유와 피랍 당시 상황, 피랍자들을 구출하다 순직한 프랑스 군인과 관련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장씨는 공항에서 대기하던 정부 대테러 합동조사팀과 면담을 진행했다. 대테러 합동조사팀은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합동참모본부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향후 유사 사건에 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테러와 관련된 정보를 축적하기 위한 차원의 접촉이다.
◇“장씨, 범죄혐의 아냐…당시 상황 들어보는 것”
외교부 관계자는 “범죄혐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피랍 테러를 당한 당시 상황에 대해 들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조사’가 아닌 '대면접촉'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정부는 장씨를 상대로 납치 경위와 테러단체의 성격 등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해 향후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 및 국제사회와의 테러 공조에 활용할 방침이다.
장씨는 2시간가량 대테러 합동조사팀과 대면접촉을 진행한 뒤 최대한 취재진과 마주치지 않도록 별도의 통로를 통해 귀가했다. 장씨와 가족들은 신변이 국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가 귀국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항공료 등의 비용은 모두 가족이 부담했다. 주프랑스 한국 대사관 측은 “가족들이 항공편 티켓을 보내왔다"고 했다. 귀국 비용을 정부가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지 논란이 됐지만 외교부는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피랍으로 끝난 1년 6개월의 세계여행
서사하라는 정부의 2단계 여행경보가 설정된 ‘여행자제’ 지역이다. 모리타니의 경우 3단계 경보인 ‘철수권고’ 지역이다. 치안과 정세가 불안하고 테러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후 세네갈을 거쳐 말리에 도착했다. 말리도 마찬가지로 3단계 여행경보 지역이다. 특히 장씨 등을 납치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카티바 마시나’는 말리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장씨와 그의 일행인 미국인 D씨는 지난 4월 2일 말리 국경을 넘어 버스를 타고 부르키나파소로 향했다. 열흘 뒤 인접국인 베냉공화국으로 이동하던 버스가 무장세력의 습격을 받으면서 장씨와 D씨가 납치됐다.
28일 동안 억류됐던 장씨와 D씨는 지난 9일 밤과 10일 새벽 사이 프랑스군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프랑스인 2명과 함께 구출됐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군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장씨와 D씨의 여행은 선교활동 등이 아닌 오지에서 현지인의 생활을 체험하는데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행선지가 여행 위험지역이었다는 점에서 위험을 스스로 자초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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