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전동킥보드와의 공존을 위해

머니투데이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위원 | 2019.05.15 04:08
새로운 모빌리티 수단의 규제가 정립됐다는 의미는 보행자와 다른 모빌리티 수단들이 상호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공존을 위한 새로운 룰과 규칙이 해당 도시 특성에 맞게 설계되고 이해당사자 간의 합의는 기본요건이다.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서울 강남과 대학가,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서비스가 먼저 시작된 중국 공유자전거 무덤과 같이 사용 후 아무렇게나 방치되거나 미국과 같은 인명사고가 발생하며 사회적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모빌리티산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글로벌 시장에서 후발주자라는 점이다. 관련기업들은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장치와 보험 등 다양한 각도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등에서 발생한 관련 문제점 해결과 규제이슈 합의과정 등에 대한 학습효과, 그리고 시장에 소프트랜딩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 3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개인형 이동수단 확산에 따른 규제 그레이존 해소를 위한 해커톤을 개최했다. 확산하는 전동킥보드 등 다양한 개인형 이동수단을 활성화하고 탑승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결론적으로는 국토교통부는 현재 부재한 주행안전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실시, 행정안전부는 기업의 지자체 관련 애로사항 청취 및 해결을 위한 지원, 관련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 노력을 합의사항으로 발표했다. 보행자와 차량 안전을 위해 주행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개인형 이동수단의 도로주행을 금지하는 방안 마련도 약속했다. 해커톤에 참석한 필자도 시민단체, 기업, 정부, 전문가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는 시의적절한 시점의 논의라 생각했고 담당부처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했다.
 

해커톤이 끝난 지 두 달이 지났다. 두 달 전보다 적지 않게 늘어난 전동킥보드들은 여전히 ‘킥라니’로 불리며 도로와 인도를 달리고 차량운전자와 보행자 간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간다. 하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전동킥보드 확산 속도와 안전에 대한 우려를 종식하기 위한 담당부처들의 합의안 진행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할 말은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심의와 조정만 담당할 뿐 실행력이 없어 합의안 참여 주체가 약속한 실행방안을 밀어붙이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규제 관련 업무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강조한다. 하지만 합의 과정의 중재자로서 가장 기민한 플레이어가 되어야 할 정부의 민첩성은 이해당사자들 가운데 가장 뒤처진다. 미국 사회학자 윌리엄 필딩 오그번은 1922년 발간한 저서 ‘사회변동론’에서 법, 제도 등 비물질적 문화가 기술발전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뒤처져 발생하는 부조화를 문화지체현상으로 정의했다. 그만큼 법과 제도를 담당하는 정부의 역할과 기술발전에 대응하는 속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자율, 전기, 연결, 공유를 키워드로 글로벌 모빌리티산업은 자동차 발명 후 가장 폭발적인 혁명이 진행된다. 하지만 공유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의지와 역할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모빌리티 수단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역할은 새롭게 등장하는 모빌리티 수단들이 기존 수단들과 보행자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룰과 환경, 모빌리티 문화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이다. 하루빨리 전동킥보드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의 발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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