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세습정치'…"두테르테 딸 차기 대권 후보로 부상"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19.05.14 16:31

두테르테, 예전에도 딸 사라 통해 권력 승계…'마약과의 전쟁' 강력 추진 예상돼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다바오시 시장. /사진=로이터.


필리핀 중간선거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진영이 압승할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의 큰 딸인 사라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사라 두테르테는 최근 몇 년간 차기 대권주자처럼 행동해왔다"면서 "그는 이번 중간선거를 기회로 여당인 PDP-라반당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다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필리핀 상원의원의 절반인 12명을 선출하는데, 사라 시장은 상원의원으로 직접 선거에 뛰어드는 대신 여당 소속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그가 지지한 후보 중 9명의 승리가 예상되면서 대권후보로서 그의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약 300명의 하원의원 전원과 1만8000명에 달하는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도 선출한다. 사라 시장도 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상황이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마이클 쿠겔만 아시아 프로그램 부소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신의 딸을 후계자로 키우고 있다"면서 "2022년 대선에서 두테르테 지지자들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리핀 대학교의 진 필라필 정치학 교수도 "이번 중간선거가 2022년 대선의 전초전이라면, 사라 두테르테가 이 선거의 진정한 승리자"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마약과의 전쟁'을 비롯해 사형제 부활, 형사처벌 연령을 만 12세로 낮추는 등의 강경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필라필 교수는 "사라가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하면서 두테르테가 자신의 강경정책을 밀어 붙이기 쉬워졌다"면서 "임기 종료 후에도 그를 향해 제기된 각종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초법적 살인을 지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자신의 딸을 후계자로 키우면서 후환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이 가족에게 권력을 세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초 사라는 2010년에 처음으로 다바오시 시장으로 당선됐는데, 아버지 두테르테가 법에 따라 시장 3회 연임을 할 수 없게 되자 대신 출마했었다.

사라 밑에서 부시장으로 일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3년 다시 다바오시 시장으로 선출됐다. 이렇게 그는 시장직을 22년 가까이 유지했으며, 그가 2016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사라는 공석이 된 다바오시 시장직을 다시 이어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장남 파올로는 하원의원, 차남인 서배스턴은 다바오시 부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사실 필리핀의 족벌 세습정치는 유명하다. 부와 권력을 마르코스·아키노·아로요 가문을 중심으로 한 150여개 족벌이 여전히 독점하고 있다. 두테르테의 인기비결도 족벌정치와 다소 거리를 둬 왔다는 것이었는데 다를바 없게 됐다는 비난도 나온다. 사실상 두테르테도 족벌정치의 일원으로 정치적 고향이었던 다바오에서 아버지는 주지사로, 자신은 시장을 지냈고, 딸과 아들이 현 시장ㆍ부시장을 물려받은데다 이번에 딸의 후계자 부상설이 터져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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