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잔인한 달'로 기억될 거제의 5월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9.05.13 17:38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5월은 '잔인한 달'이 됐다. 지난 4일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명이 작업장 위에서 떨어진 1.5톤 자재에 깔려 숨졌다. 2년 전 5월 1일 노동절에 크레인 사고로 숨진 6명의 추모 주간에 벌어진 일이다.

이쯤 되면, 근본적 문제는 관리 시스템 미비가 아닌 듯 싶다. 2년 전 크레인 사고 발생 후 삼성중공업은 '안전 실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각종 대책을 내놨다. 글로벌 에너지 업계에서 35년간 안전을 담당한 전문가를 안전경영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당시 물러난 대표의 후임이 안전품질담당 경력이 있었던 현 남준우 대표다.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남는 것은 시스템을 움직이는 경영 마인드다. 안전경영 인식의 부족이다. 이는 남 사장의 올해 신년사에서 엿볼 수 있다. '원가경쟁력', '자재비 절감', '납기 준수' 등 단어로 구성된 신년사에 '안전'은 빠졌다.

배경은 '턴어라운드'다. 수년간 불황을 뚫고 온 삼성중공업은 올해 흑자전환 기로에 섰다. 비용을 줄여 이미 들어온 일감의 수익성을 키우고 신규주주를 얼마나 늘리느냐 여부가 연말 흑자전환의 성패로 연결된다. 이는 숫자로 평가받는 경영진에 절대절명의 과제다. 숫자를 구성하는 항목에서 안전은 '비용'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노동집약적 수주산업인 조선업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안전은 고객사인 선주에게 조선소 건조 관리능력의 평판이 된다. 부실한 건조 관리의 끝에 사고가 나오기 마련이다. 꼼꼼히 잘 건조된 배를 받아야 하는 선주들은 작업장 안전을 필수적으로 들여다본다.


조선소를 실제로 돌릴 인력 확보도 안전 평판과 무관치 않다. 지난 1월 거제 방문 시 현지 조선소 근로자들로부터 "시황 개선으로 일감이 늘어나지만 조선소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져 하청근로자 모집이 쉽지 않다"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 안전 전문가가 많은 삼성중공업 경영진이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경영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안전경영에 대한 성찰을 하기 바란다. '턴어라운드'도 안전이 없으면 사상누각이다. 무엇보다 인명에 관한 일이다. 행복이 넘쳐야 할 '가정의 달'이 '잔인한 달'로 바뀌었다. 사망자와 유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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