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아닌 기술인턴'…일자리 넘치는 日'외인노동자' 수난기

머니투데이 이소연 인턴기자 | 2019.05.17 09:41

외국인 노동자 이민 발급 자유로워진 일본에 필리핀 노동자 증가 ... 법적 보호 못 받아 학대와 열악한 근무환경 등 고통

/AFPBBNews=뉴스1

일본에서 5년간 간호사 '외노자(외국인 노동자)'로 일했던 그레이스는 온갖 산전수전을 겪어야 했다. 그는 "증상이 심한 치매 환자를 돌보면서 다치는 일도 있었다"며 "(환자들은) 제게 침 뱉고 소변을 보기도 했고 가끔 맨손으로 대변을 받기도 했어요"라며 호소했다. 그레이스에게 환자가 "발로 차고, 엉덩이도 때리고, 머리채를 잡고, 욕설을 퍼붓는" 일은 간병업계에서의 흔한 일상이었다.

그레이스는 2006년 체결된 일본과 필리핀의 포괄적 경제협정(JPEPA)을 통해 일본에 들어온 2200명의 필리핀 간호사 중 한 명이다. 그녀는 국가 자격증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일본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임금을 받으며 5년간 일한 후 고국으로 돌아갔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급격한 인구 감소를 극복하고자 일본이 필리핀 등 해외에서 많은 노동자를 받고 있지만 충분한 법적 보호는 취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도됐다.

지난 4월 시작된 새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서 일본엔 앞으로도 더 많은 고숙련 외국인 노동자가 '기술 인턴십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들어올 예정이다. 일본 정부 측은 2025년까지 5만명이 넘는 필리핀 노동자가 새 취업 허가증을 발급받아 일본으로 넘어올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교도 통신에 따르면 2018년 10월 이전까지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146만명이었다. 그중 약 38만명은 중국 출신이었으며 베트남 출신은 약 31만명, 필리핀출신은 약 16만명이었다. 일본 인구는 약 1억 2000만명이다.


마닐라 대학 일본학 교수인 벤저민 산 호세는 일본이 '빡빡했던' 이민 정책을 외국인 노동자를 향해 열어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밝혔다. 첫째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대비한 건설 공사, 서비스 및 환대 산업 인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일본의 인구 감소에 따른 급격한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현실이다.

일본이 비자 발급 규정을 완화하면서 많은 필리핀 노동자가 일본으로 건너가고 있지만 산 호세 교수는 "결점 많은 노동 정책"을 고쳐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필리핀 노동자가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이주 노동자'가 아닌 '일본에서 스킬을 배우기 위해 온 기술 인턴'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사용자에 의한 학대, 급여 미지급, 과로사"가 끊이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산호세 교수는 기술 인턴십 프로그램이 "일본이 저렴한 외국 인력을 싸게 부려먹고 착취하기 위한 뒷문 정책"으로 전락했다고 활동가들은 비판한다고 전했다. 작년에 필리핀 '수습 직원' 40명은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해고되기도 했다. 엔지니어링을 필리핀에서 전공한 전기 부품을 조립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실제 근무하면서 철도 차량에 변기를 끼워 넣는 등의 일을 했다고 한다.

SCMP는 신체적 정서적 학대와 열악한 노동조건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함에도 불구하고 일본행을 택하는 필리핀 노동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SCMP와 인터뷰한 한 노동자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참 많다"며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언어도 이해할 수 없었다"라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집에 패배자처럼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내가 여기서 배운 것을 필리핀에 돌아가서 활용하면서 꼭 살고 싶다"라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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