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문재인 글러브' CEO의 한숨…1년 되도록 바뀐게 없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19.05.12 17:53

[케어 안되는 헬스케어]원격 재활훈련기기 네오펙트, 美 ·유럽 공략...한국은 B2C '0'건

편집자주 |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마저 다 한다는 원격진료, 국내에선 불법이다. 정부는 규제 개혁과 신산업 발전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지만 막대한 시장을 갖고 있고 국민건강과도 직결되는 헬스케어와 관련 산업은 도무지 제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의료기기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 정책 발표를 마친 뒤 의료기기 전시 부스를 방문해 네오펙트의 재활 치료용 글러브를 체험해 본 뒤 감탄하고 있다.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사진 중앙)가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청와대 제공)

지난해 7월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

원격재활 의료기기 '라파엘 글러브'를 직접 손에 끼고 체험해 본 문재인 대통령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문대통령은 원격의료 규제로 국내에선 상용화가 안된다는 하소연에 "첨단 의료기기가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규제 혁신을 약속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시장 진입에 1년 이상 소요되던 의료기기가 80일 이내에 출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했다. 라파엘글러브는 '문재인 글러브'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거기까지였다. 그로부터 1년이 다 돼 가고 있지만 달라진 건 없다. 라파엘 글러브를 생산하는 네오펙트의 반호영대표(42).
그는 20여년 전 대학생 시절 아버지를 뇌졸중으로 잃었다. 그 뒤로 뇌졸중 치료와 재활은 반 대표에게 평생의 목표가 됐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난을 딛고 2010년 뇌졸중 환자 재활을 위해 의료기기업체 '네오펙트'를 창업했다. 창업 9년째를 맞아 미국과 유럽에서 제품의 성능을 인정받기에 이르렀지만 정작 한국은 '딴 나라'다.

반호영 대표는 "뇌졸중을 앓다 일찍 세상을 등 진 아버지를 생각하며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회사를 차렸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선..."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네오펙트는 국내 업체지만 미국에서 훨씬 유명한 재활 훈련기기 생산 업체다. 보통 재활훈련 기기들과 달리 인공지능(AI)으로 환자마다 맞춤형 설계를 해준다. 환자가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착용한 뒤 모니터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훈련하는 방식이다. 의료인은 모니터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보고 코치를 해준다.

3월에는 미국 재향군인부(DVA)의 비용 보장 시스템에 등록됐다. 퇴역군인 출신 환자들이 집에서 네오펙트 기기인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사용해 재활훈련을 하면 DVA가 비용을 대주기로 한 것이다. DVA는 미국에 150여개 병원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네오펙트 장비를 집에서 쓰는 미국인은 지난해 말까지 700명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어림잡아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당 연간 2400달러(약 280만원)정도 비용이 들지만 보급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국내에서 네오펙트 장비를 집에서 이용하는 환자는 전무하다. 의료인과 환자간 원격의료를 금지한 의료법 때문이다. 국내 대형 병원 몇 곳에 제품을 납품하는 정도다.

반호영 대표는 "창업 후 9년째 되도록 규제에 묶일 줄 알았다면 사업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격의료를 금지한 의료법에 묶여 국내 사업은 지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때문에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업체는 네오펙트만이 아니다. 원격의료 등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전반이 의료법에 묶여 있다. 대면진료를 고집하는 의료계와 원격의료가 의료민영화 전단계라며 시민단체가 거칠게 반대해서다.

반 대표는 "뇌졸중을 앓다 일찍 세상을 등 진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뇌졸중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회사를 차렸는데 국내에서만 유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미국에서 네오펙트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기술력과 함께 보험수가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환경이다. 네오펙트는 독일 뮌헨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다. 병원에서 명성을 쌓은 뒤 직접 환자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반 대표는 "글로벌 홈 재활 시장이 100조원에 이르는 데 안방에서 제대로 사업을 벌이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더해 강도 높은 규제가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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