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왜 나만 해임되냐"던 세무 공무원, 결국…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19.05.13 06:00

[the L] 법원 "세무행정 불신 초래, 엄중 제재 필요… 해임처분 적법"


세무 공무원이 관할 지역 업체에서 현금·향응을 수수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이 공무원은 해임 처분이 과도하다며 징계 감경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엄중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며 세무 공무원에게 패소 판결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전직 세무공무원 A씨가 국세청을 상대로 해임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A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12년 국세청에 탈세제보가 접수됐다. 한 피부클리닉 병원에서 시술을 받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려고 했더니 신용카드 수수료를 이유로 거절해서 결국 현금으로 결제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해 6월 해당 병원을 관할하는 세무서에서 대한 부분 세무조사를 실시했지만 탈세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해 7월, 관할 세무서 소속이었던 A씨가 이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병원 담당 세무사 B씨에게 "현금영수증 미발행 고발이 있다"며 "벌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세무) 조사 의뢰도 할 수 있다. 병원 관계자를 만나고 싶다"고 제안했다. A씨는 B씨와 만난 자리에서 "세무서장님 등과 식사를 한 번 해야 하니 결제를 해달라"며 식당에 선(先)결제를 해 줄 것을 세무사에게 요청했다.

같은 해 8월 추석 무렵에도 A씨는 "현금영수증 미발행 건이 있다"며 B씨에게 연락했다. B씨가 관련 자료를 달라고 했으나 A씨는 '내부자료라 줄 수 없다'고 했다. 나중에서야 A씨가 특정 건을 B씨에게 알려줬는데 해당 건은 이미 현금영수증이 발행돼 아무 문제가 없었던 건이었다.

이에 병원 재무팀장과 B씨는 "A씨가 대놓고 추석선물을 달라는 것 같다. 갑자기 추석 전에 이런 얘기가 왜 나오냐"고 대화를 나눴다. 이후 A씨가 B씨에게 "왜 연락을 안주냐, 자꾸 시간 끌면 안좋다"고 으름장을 놨고 결국 B씨는 병원에서 돈을 받아 100만원을 현금으로 줬다. 이같은 정황은 재무팀장이 녹음해 가지고 있었다.


2015년 B씨는 이같은 사실이 적발돼 뇌물공여 및 알선수재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듬해 A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한 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으나 해당 수사 결과는 A씨가 몸담고 있던 세무서까지 통보가 됐다. A씨는 그 해 9월 국세청에서 해임됐다. 이에 A씨가 해임 처분이 과도하다며 징계 감경을 요구하는 소송을 낸 것이다.

A씨는 징계사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금품·향응을 받은 다른 세무공무원들이나 그 외 이 사건과 유사한 시기에 금품 등을 수수한 다른 세무공무원에 대한 징계와 비교할 때 원고에게만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은 평등·비례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금품·향응을 요구하지 않았고, 받은 돈도 사무실 운영비로 사용했기에 해임 처분은 과도하다"라고도 했다.

A씨의 주장은 재판에서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는 해당 병원과 관련한 현금영수증 관련 민원이 제기된 적이 없음에도 B씨에게 연락해 식사와 금품을 제공받은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며 "징계사유가 없다는 A씨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B씨에게서 금품·향응을 받은 행위는 일반 국민의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를 크게 실추시키고 세무행정에 대한 불신까지 초래해 비난가능성이 높고 엄중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며 "해임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A씨가 주장하는 유사한 징계사례가 존재한다더라도 각 비위행위의 정도나 금품 수수의 경위·횟수, 반성의 정도 등 차이를 무시한 채 이번 해임처분이 A씨가 주장하는 유사한 징계사례와 차이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평등·형평에 반한다고 볼수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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