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현행법은 여전히 존재해 낙태는 위법인 게 맞다"며 "그러나 처벌이 유예돼 법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낙태죄는 합법과 불법 사이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복지부는 낙태를 결정하고 실행한 여성과 시술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와 270조의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유전적 장애, 근친상간, 강간 등에 의한 임신의 경우는 낙태를 허용한 모자보건법이다.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함께 바뀌고 작동해야 하는 구조에서 법무부와 복지부는 함께 사안을 논의 중이다. 두 부처는 이 사안을 논의할 기구 선정과 일정, 방법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복지부는 헌재 설정 기한(내년 말) 안에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 뿐이다.
시간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낙태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여당과 복지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이 종교계, 여성계, 의료계 등 의견부터 듣겠다고 한 이유다.
낙태죄를 둘러싼 가장 첨예한 부처는 바로 복지부다. 낙태죄 폐지 구호를 촉발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복지부는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내놓았다. 모자보건법 14조 1항을 위반해 낙태 수술을 한 경우를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적발된 의사는 최대 1년간 자격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사 "낙태 수술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의사들의 준법투쟁에 시민단체들이 일어서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단순히 모자보건법이 문제가 아니라 형법상 낙태죄 폐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데 뜻이 모이고 결국 이번 헌재 결정으로 이어졌다.
복지부는 "낙태와 관련해 여성가족부에 연계된 법은 없지만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새 법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여가부, 법무부와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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