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깃털’의 유혹에 빠졌나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9.05.10 05:41

[따끈따끈 새책] ‘깃털 도둑’…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2009년 6월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된 새 가죽 299점이 도난당했다. 1년 6개월 뒤 잡힌 범인은 19세 플루트 연주자였다. 값비싼 보물을 놔두고 ‘새’에 집착한 범인을 두고 세간은 깃털 ‘덕후’의 가벼운 범죄로 여기기 일쑤였다.

하지만 저자는 이 범인이 연어 낚시에 사용되는 플라이 제작자라는 사실도 눈여겨보고 5년간 ‘깃털’ 취재에 나섰고 이를 통해 인간이 깃털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욕망으로 얼룩져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책은 깃털에 얽힌 인류사의 궤적을 좇는다. 20세기 중반, 과학자들은 박물관에 있는 오래된 알 표본들을 비교해 DDT 살충제가 쓰인 이후부터 알껍데기가 얇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근엔 150년 된 바닷새 표본에서 뽑아낸 깃털에서 바닷물의 수은량이 증가했음을 알아냈다. 이 때문에 다른 동물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수은에 중독된 물고기를 먹는 인간에게도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제도도 만들어졌지만, 해결은 쉽지 않았다. 19세기 마지막 30년 동안 지구 상의 수억 마리 새가 인간에 의해 살해당했다. 에르메스 가방과 크리스찬 루부탱 구두가 나오기 전까지 신분을 표현하는 최고의 수단은 죽은 새였다. 새의 깃털을 패션의 수단으로 사용한 이는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그녀는 루이 16세로부터 받은 다이아몬드 장식의 왜가리 깃털을 공들여 치장한 올림머리에 꽂았다. 그녀가 죽고 100년이 채 되지 않아 새 깃털은 전 세계 여성이 사랑하는 모자 패션의 아이템이 됐고 모자 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890년대 프랑스에는 4만 5000t에 이르는 깃털이 수입됐고 런던 경매장에서는 4년간 극락조 15만 5000마리가 거래됐다. 한 영국인 딜러는 1년간 새 가죽 200만장을 팔았다. 미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아, 북미 지역에서만 매년 약 2억 마리 새들이 죽어갔다.

여성의 기호로 죽어 나간 새들의 생명은 아이러니하게 여성의 운동으로 지켜졌다. 메리 대처는 1875년 ‘하퍼’에 기고한 글에서 “마음 고운 여성들이 맹목적인 스타일에 눈이 멀지 않았다면 어떠한 생명체에게도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시작으로 깃털 교역에 관한 법이 제정되는 등 새의 멸종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생겨났다.

그렇다고 인간의 욕망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21세기에 이르러서도 밀거래는 지속하고 병적으로 깃털에 집착하는 이들은 줄지 않고 있다. 책은 논픽션으로 시작해 탐정소설과 범죄 스릴러를 거쳐 인류학에 이를 정도로 다원적이다.

◇깃털도둑=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흐름출판 펴냄. 428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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