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3조원 '베팅'…'셰일혁명' 중심지 美공장 가보니

머니투데이 레이크찰스(미국)=이상배 특파원 | 2019.05.10 08:00

트럼프 "롯데케미칼 美공장, 미국의 승리이자 한국의 승리"…모두 포기할 때 밀어붙인 신동빈 회장의 뚝심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소재 롯데케미칼의 에탄크래커·에틸렌글리콜(EG) 공장 전경/ 사진=롯데그룹

미국의 ‘에너지 수도’ 텍사스주 휴스턴 도심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30분 정도 달리면 미국 셰일가스의 집산지인 ‘몽벨뷰’에 이른다.

미국발 셰일혁명의 메카인 이곳을 중심으로 인근 루이지애나주에 이르기까지 멕시코만을 따라 늪지대 사이로 하루 높이 치솟은 굴뚝들이 늘어서 있다. 원료인 셰일가스를 찾아 전세계에서 몰려든 석유화학 공장들이다.

여기서 동쪽으로 2시간 정도 떨어진 루이지애나주의 작은 호반 도시 레이크찰스도 이런 셰일혁명의 파도에 올라탔다. 한국 기업 최초로 셰일가스에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뽑아내는 롯데케미칼의 공장이 들어서면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뚝심으로 지어올린 롯데케미칼의 미국 에탄크래커·에틸렌글리콜(EG) 공장이 9일(현지시간) 공식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투자된 자금만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지은 화학 공장 가운데 최대 규모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이뤄진 해외투자 중 가장 크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롯데케미칼 공장에서 열린 준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 버튼을 누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 이낙연 국무총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실비아 메이 데이비스 백악관 정책조정 부보좌관./ 사진=롯데그룹

◇트럼프 "롯데케미칼 美공장, 미국의 승리이자 한국의 승리"

이날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롯데케미칼 공장에서 열린 준공식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의 성취가 미국의 성취”라며 “이 공장의 발전은 한미동맹의 발전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실비아 메이 데이비스 백악관 정책조정 부보좌관을 통해 보낸 축사를 통해 “이 투자는 미국의 승리이며 한국의 승리이고, 우리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격려했다.

신 회장은 "세계적 수준의 석유화학 시설을 미국에 건설해 운영하는 최초의 한국 석유화학 회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회사 발전은 물론 한국 화학산업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공장 부지는 약 102만㎡(31만평)로, 축구장 152개를 합친 크기다. 앞으로 이 공장에선 매년 100만톤의 에틸렌과 70만톤의 EG가 생산된다. 롯데케미칼은 이 공장에서만 연간 9000억원의 매출과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에틸렌 생산량 국내 1위인 롯데케미칼은 이번 미국 공장 준공으로 연간 총 450만톤의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세계 7위로 올라섰다.


통상 에틸렌은 EG로 가공된 뒤 페트(PET)병 등 플라스틱 또는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합성섬유를 만드는 데 쓰인다. 그동안 우리나라 석유화학 기업들은 에틸렌을 주로 납사(나프타)에서 뽑아냈다. 그러나 셰일가스의 부산물인 에탄에서 뽑아내면 생산비용을 약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문제는 기체인 셰일가스를 국내로 들여오려면 부피 때문에 막대한 운송비가 든다는 점이다. 롯데케미칼이 셰일가스의 최대 산지인 미국에 에탄크래커 공장을 지은 이유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롯데케미칼 공장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모두 포기할 때 밀어붙인 신동빈의 뚝심

이른바 '셰일가스 붐'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2012년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에 '셰일가스 TF(태스크포스)' 구성과 미국 셰일가스 관련 사업 검토를 지시했다. 화학 주도 성장이란 신 회장의 '뉴롯데'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2014년 2월 미국 석유화학회사 액시올(현 웨스트레이크 케미칼)과 셰일가스 관련 합작사업에 대한 기본계약을 맺었다. 출자 비율은 롯데와 웨스트레이크가 각각 88%, 12%다.

그러나 2014년 하반기 이후 유가 하락으로 셰일가스가 상대적 원가경쟁력을 잃자 해외 경쟁업체들이 줄줄이 셰일가스 사업 계획을 접기 시작했다. 당시 취소된 프로젝트만 7건에 달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유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고 확신한 신 회장의 결단이 주효했다. 실제로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약 70달러로 오르면서 셰일가스는 다시 원가경쟁력을 회복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신 회장의 지시로 TF가 '셰일가스 대응방안'이란 보고서를 제출한 뒤 신 회장이 직접 미국과 캐나다 등 셰일가스 현장을 방문하며 사업에 대한 열의를 보여줬다"면서 "그 결과, 국내 석유화학사 중 처음으로 셰일가스를 활용한 에탄크래커 공장을 완공하면서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준공식에서 “지금까지 어떤 기업도 루이지애나주에 롯데케미칼만큼의 투자를 한 적이 없다”며 “롯데그룹과 루이지애나주이 공동 번영하는 미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준공식엔 이 총리와 신 회장, 에드워즈 주지사 외에도 존 케네디 상원의원,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조윤제 주미대사,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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