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3대가 어벤져스 함께 보기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19.05.10 03:46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이 개봉 11일 만에 1천만 관객을 돌파, 역대 최단 기록을 세웠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는 지난 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어벤져스4가 누적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어벤져스24번째로 '1000만 영화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은 5일 오후 서울의 한 영화관 모습. 2019.5.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동절(근로자의 날)부터 어린이날, 어버이날, 주말의 ‘부처님 오신 날’까지 휴일이나 기념해야 할 날들이 이어진다. 가족들이라면, 적어도 함께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고민이 깊어진다는 말도 된다. 선물(또는 현금)만 덜렁 주거나 식사만 하고 말게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손쉬운 장소 영화관이 있다. 함께 같은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같은 행동(팝콘을 집어먹거나 음료수를 마시는)을 한 뒤에 두시간여의 함께 한 시간(경험)들을 가지고 몇십분 정도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좀 달랐다.

‘영화 보러 갈까?’ ‘뭘 볼까요’ ‘글쎄 너가 보고 싶은걸 골라봐’ 이런 대화가 별 필요가 없었다. 재미도 규모도 무지막지한 ‘어벤져스4’ 때문이었다. 4월24일 개봉 첫날부터 2760개에 달하는 스크린을 배정한데 이어 급기야 27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2835개를 찍었다. 5월 들어서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일부 극장에서는 모든 스크린을 ‘어벤져스4’에 배정했고 심지어 기존 상영 예정작을 ‘어벤져스4’로 교체하고 예매 고객들에게 취소 통보를 하는 일까지 발생했다고도 알려진다. 아이와 극장에 들렀던 1일 시내의 멀티플렉스 극장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첫회 상영을 보고 자장면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 몇몇 테이블도 어벤져스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연인처럼 보이는 이들도, 가족 관객도, 심지어 영화 이해가 부족한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인 우리 테이블조차.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를 데려온 것 같은 테이블은 대화가 좀 단절된 것처럼 보였다. 이번 편(엔드게임)을 포함해 22편 시리즈 중에서 몇편이나 노부부는 보셨을까 싶어지면서 녹색괴물 헐크보다 TV시리즈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브루스 베너 박사에 익숙하실텐테 생각도 들었다.

‘오늘이든 어버이날이든’ 잠시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면 무슨 영화를 봤을까 갸우뚱해졌다. 사실 부모님을 모시고 영화관 갈(갔던) 일은 거의 없다. 왕년에 어느 배우에 빠지셨나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내색하신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설날이나 추석 명절 심야시간에 ‘미워도 다시 한번’ 이나 ‘겨울여자’처럼 신영균이나 신성일, 장미희 나오는 영화를 보셨던 적도 있지만 초저녁잠이 많아지시면서 그나마도 함께 본 기억이 없다.


비디오 렌털점이 지금보다 훨씬 많을 때 흑백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 이나 ‘빨간 마후라’를 빌려와서 부모님께 함께 보시자고 하면 ‘최무룡이 저렇게 젊었구나’ 하시며 한두 장면 보시다 마시던 기억도 있다. 지금은 인터넷 TV나 유튜브를 보면 그런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따로 사시니 그렇게 권할 일도 별로 없다.

이른바 스크린 독과점이나 세대간 공유할 만한 콘텐츠에 대한 몇가지 해법이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같은 영화가 특정시간대에 상영되는 전체 영화 횟수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입법을 통한 강제인데 같은 시간에 있어도 각자 다른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거다.

서로에 대해 눈감아주기 해법도 있다. 눈 딱 감고 상대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보는 거다. 할아버지에게 어벤져스든 뽀로로든, 손자에게 ‘벤허’든 말이다. 물론 쉽지 않다. 실제로 1일 어벤져스가 상영되는 모 극장에서는 노신사가 영화 상영 중에 지루함을 이기지 못 하고 전화 통화를 해 관객들에게 한 바가지 욕을 먹었다.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왜 같이 영화를 안 봤지’ 후회하도록 기다리는 것도 있다. 람보, 록키의 근육질 실베스터 스탤론이나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주름투성이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말이다.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지만 단점도 있다. 기다리다 가족 3대 누군가가 먼저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 어벤져스에서도 누군가 죽고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엔드게임 이름이 무색하게 끝난 것 같지만 끝나지 않은 어벤져스 또는 다음편 누구랑 보실래요?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3. 3 BTS 키운 방시혁, 결국 '게임'에 손 댔다
  4. 4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
  5. 5 "연락 두절" 가족들 신고…파리 실종 한국인 보름만에 소재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