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13일.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홍은동 자택서 청와대로 출근한 마지막날이다. 이사를 준비하는 자택 앞에 60대 여성 민원인이 나타났다. 소리를 듣고 나온 김 여사는 '라면 먹고가라'며 그를 잡아끌었다. 잠시후 이 민원인은 손에 컵라면을 하나 들고 나왔다. 그는 자택 앞 기자들에게 “내가 도저히 집까지 들어갈 수는 없어서 라면만 받아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으로 만4년간 없던 청와대의 '퍼스트레이디' 활동도 재개됐다. '위로'와 '공감'의 2년이었다.
김 여사는 그해 7월21일 폭우 피해를 입은 충북 청주 상당구 미원면 운암2리 청석골 마을을 찾았다. 하천을 끼고있어 피해가 컸던 이 지역에서 가재도구 씻기 등 복구작업을 함께했다. 김 여사는 '영부인'이라는 격식은 벗고 밀짚모자에 고무장갑을 꼈다. 장갑 속 다친 손가락에는 '대일밴드'를 감았다고 한다. 이 모습은 위로와 공감의 상징이었다.
김 여사는 지난 2년 치매, 한부모가정, 이주가족 등 소외계층에 지속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김 여사 모친, 즉 문 대통령의 장모가 치매를 앓고있는 사연도 한 배경이다.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 해외선진국에서도 관련행보가 빠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퀑 와이 시우’ 요양병원을 방문해 오감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우리가 가야 될 방향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어버이날(8일)과 취임2주년(10일)을 두루 앞둔 7일, 서울 금천구 치매안심센터를 찾았다. 김 여사의 국내 치매안심센터 방문은 세번째. 지난해 어버이날에 처음 찾았고 올 1월과 이날 연거푸 방문했다. 문 대통령 동행은 처음이다. 김 여사가 한부모가정을 청와대로 초청했을 때 권위적인 느낌을 주는 본관에 영유아 놀이방을 꾸미는 등 '눈높이'를 강조했다.
올들어 김 여사의 활동반경은 더 넓어졌다. 특히 문 대통령 해외순방에 동행할 때 '미래'를 화두로 놓으면서 양국의 미래세대를 만나는 모습이 늘었다.
김 여사는 3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3개국 순방 때 말레이시아의 중학교, 브루나이국립대 등을 찾아 학생들에게 앞으로 한국과 모국 사이 가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문 대통령 미국 방문 때는 워싱턴DC 키(Key) 초등학교를 찾았다. 주미한국대사관과 자매결연관계인 이 학교에서 미국 학생들이 배우는 한국의 민화 수업을 함께 했다.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때 카자흐스탄에서는 국립대학교의 코리아센터를, 우즈베키스탄에선 한국-우즈벡 정부가 함께한 고려인 1세대 요양원(아리랑 요양원), 우즈벡이 한국식 보육시스템을 적용한 '369 유치원'을 방문했다.
어떤 현장에서든 기본은 특유의 쾌활함과 소탈함이다. 김 여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스리푸트리' 과학중등학교에서 "(말레이시아에서) 가고싶은 곳 페낭, 코타키나발루, 시장에 가서 함께 음식도 먹으면서 할 일이 너무 많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 여사는 음악(성악) 전공답게 클래식 음악은 물론, 영화, 미술 등에 관심이 깊다. 의류 분야에도 일가견이 있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시절 선거 지원유세때 한 이불집을 마주하자 "처가가 포목점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외교활동을 서포트하는 역할로 이어졌다. 한중 관계가 얼어붙은 2017년, 김 여사는 중국 대표작가 '치바이스'의 국내 전시를 관람했다. 퍼스트레이디가 정책적 메시지를 직접 내긴 어려워도 비정치-문화교류로 물꼬를 틀 수 있음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여사가 치바이스전을 관람하고 추궈홍 대사 측에 여러 성의를 보인 것도 (중국측이) 고맙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의 소외계층 지원 활동에 대해 "알리지 않은 일정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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