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로 일어선 삼성SDI의 '철인'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9.05.06 15:35

[피플]일이 전부인 삶에 파고든 마음의 병, "매 순간 꾸준히 도전해 극복하세요"

김종무 삼성SDI 프로의 역주 모습/사진제공=삼성SDI
"끝까지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반에 무리를 하면 절대로 완주하기가 쉽지 않아요. 우리 인생 같습니다. 매 순간 꾸준하게 도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터리 명가(名家) 삼성SDI 울산사업장에는 '철인'이 있다. 수영, 자전거, 달리기까지 3가지 종목을 정해진 시간 안에 완주하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철인 3종 경기를 1년에 5~6번씩 소화해 내는 김종무 프로(삼성SDI 직급 통합 호칭)다.

뿔테안경에 사람 좋은 미소, 순둥순둥한 인상의 김 프로. 언뜻 '강인함', '한계', '극한'등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는 어떻게 철인이 됐을까.

2010년 입사 후 전기차 배터리 제조현장에서 일했다는 김 프로는 "교대 근무로 수면시간과 생활 리듬이 불규칙해졌다"며 '철인' 이전의 삶을 떠올렸다. 입사 초년병, '일'이 전부인 삶을 반복하다 보니 고장이 났다. 2014년을 앞둔 겨울 즈음 불면증과 마음의 병이 생겼다.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을 가득 채운 '긍정 에너지'가 방전됐다는 것을 깨닳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유튜브로 전신마비 장애 아들과 함께 달리기와 자전거로 미국 대륙을 횡단한 릭 호이트 부자의 이야기를 접했다. 김 프로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무엇이든지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거창한 도전은 하지 않았다. 51.5Km(수영, 자전거, 달리기 합산 거리) 올림픽 코스 부터 226Km를 뛰고, 헤엄치고, 페달을 밟아야 하는 풀 코스까지 철인 3종 경기는 세분화 돼 있다. 김 프로는 집에서 멀지 않고,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경치 좋은 곳에서 열린 대회부터 도전했다.


평소 어깨가 좋지 않아 팔 회전이 어려웠다. 세 종목 중 수영의 벽이 가장 높았다. 수영장에 출근도장을 찍으며 1.5km를 완영했다. 연습 시간 걱정은 없었다. 'Recharge Your Life'(당신의 삶을 재충전하세요)가 마침 회사 모토였다. 매일 목표 거리를 채우다 보니 어느새 체력이 붙었다.

2016년 통영 올림픽 코스는 그가 완주한 첫 대회다. 완주하는데 3시간이 걸렸다. 입상권은 2시간 10분이었지만,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 완주해서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을 때 느껴진 전율을 다시 맛보기 위해 계속 도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철인 연맹에서 인증한 구례 풀 코스 경기를 완주했다. 아침부터 자정까지 약 226Km의 거리를 주파하며 '철인'이 됐다. '마음의 병'이 사라진 자리에 긍정의 에너지가 재충전됐다고 한다.

"중심을 잘 잡고 큰 흐름을 보면서 자신의 페이스를 살피세요. 마지막 목표(스퍼트)를 위해 체력을 잘 배분하며 도전하는 것이 철인으로 가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철인'을 향한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김 프로는 이 같이 조언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며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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