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P 담보대출, 준비 없는 평가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 2019.05.08 15:30
"금융은 당국의 입김이 워낙 커서 당국이 주도하면 은행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권에 '혁신금융' 바람이 거세다. 진원지는 금융 당국이다. 부동산 담보와 가계 대출 위주인 기존의 금융 구조를 바꿔 지식재산권(IP)이나 동산 등을 담보로 한 금융 서비스를 활성화하려 한다. 금융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 첫 시도의 하나로 당국은 은행권의 기술금융 실적 평가에서 IP 담보대출 부문을 떼어 내 별도 집계하기로 했다. 은행별 IP 담보대출 실적을 상반기 은행 평가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같은 IP 담보대출 활성화 정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IP 담보대출 실적 평가가 자칫 ‘줄 세우기’식으로 흐를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IP 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고 리스크가 높지만 당국이 드라이브를 걸면 은행은 좇아갈 수 밖에 없고 부실이 생기면 책임은 결국 은행이 진다는 것이다.


은행 평가 순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은행들은 부랴부랴 IP 담보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10일 신한은행이 은행권 중 가장 먼저 IP 가치 평가 금액의 최대 60%까지 대출해 주는 '성공두드림 IP 담보대출'을 팔기 시작했다. KEB하나은행도 최근 'KEB하나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을 시판했고,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도 IP 담보대출 상품을 각각 5월과 6월 중 출시할 계획이다.

물론 IP 담보대출 활성화라는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IP 담보대출은 창업기업이나 초기 중소기업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잘 되면 은행들에게도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실적 채우기용 평가가 아니라 당국과 금융권의 철저한 준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IP를 전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회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IP 담보대출 회수 전문기관 설립 등도 선결되거나 최소한 병행돼야 한다. 실적 줄 세우기를 강조해 겉만 번지르르 한 기업에 돈을 퍼주다가 자칫 창업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할 한 가닥 희망인 IP 담보대출이 한바탕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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