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행 인수가능" 추가 개방… 韓은행 진출도 늘까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9.05.02 17:29

외국계 지분 제한 철폐…현지 은행 인수합병도 가능해져
중국인 대상 영업 활성 기대…"암묵적 규제" 우려는 여전

중국 상하이의 한 은행에 놓여 있는 100위안 지폐. /AFPBBNews=뉴스1
중국이 44조달러(약 5경1251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빗장을 조금 더 열었다. 외국 은행의 지분 제한 등 중국 시장 진출 규제를 대폭 철폐하고 다른 나라 보험회사의 중국 내 자회사 설립도 허용하기로 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해결하고 자국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되지만, 상대적으로 중국 진출이 더딘 한국 금융업계에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밝히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숨은 규제가 많아 외국 자본이 중국 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은보감회)는 이날 웹사이트를 통해 금융시장 개방을 위한 12개 조처를 발표했다. 우선 외국 금융기관이 중국 본토 은행에 투자할 때 지분 제한 상한선이 완전히 없어진다. 외국 은행이 따로 복잡한 자회사 설립 절차를 거치지 않고, 중국 현지 은행을 인수해 자회사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외국 은행이 중국에서 자회사와 분행을 설립할 때 각각 요구됐던 100억달러, 200억달러의 자본금 규제도 철폐되며, 자산 10억달러 이하 외국 금융회사의 중국 신탁회사 투자도 허용된다. 중소형 금융기관의 중국 진출 가능성도 열어준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의 이번 조처로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월가의 대형 은행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며 "중국으로 유입되는 새로운 자금이 경기 침체와 부실채권 증가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 금융시장에 시기적절하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중국에서 대출한도와 위안화 업무 제약 등으로 고전하던 우리나라 은행들도 중국 토종은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더욱 자유로운 영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기업과 교민이 주요 고객이었다면 앞으로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할 길이 열린 것이다. 특히 분행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한국의 본점 자본금에 기초한 대출한도 적용으로 더 큰 규모의 영업이 가능해지며 신탁이나 금융리스, 자동차금융, 소비자금융 등에 진출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외국 대형은행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스위스은행 UBS는 중국 UBS증권에 대한 지분 비율을 51%로 높여 지배주주가 됐으며, 독일계 보험사 알리안츠는 외국계 보험회사 최초로 중국 내 지주사 설립을 승인받았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중국 신용평가 시장 진입을 허가받았으며, 미국 카드회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중국에서 합자회사를 설립했다. 네덜란드의 ING그룹은 최초로 중국 내 상업은행 지분 51%를 확보했으며 베이징은행 지분 1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궈수칭 은보감회 주석은 이날 인민일보, 신화통신 등 관영 언론과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중국 은행·보험업의 대외개방 확대는 중국의 경제와 금융시장 발전에 필요한 것"이라며 "다양한 주체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금융업의 경영 수준과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세계의 선진 금융 경험을 배우고, 상품과 서비스를 혁신해 중국인의 높아진 금융 수요를 만족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의 확고한 개방 약속에도 외부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금융회사가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당국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외국 금융사가 중국 시장에 정착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 2013년에도 중국은 금리 자유화를 약속하며 상업은행의 예금과 대출 금리 상하한선을 철폐했지만, 대형은행은 정책금리의 1.3배, 중소은행은 1.4배라는 암묵적인 예금금리 상한선이 유지됐다.

중국 상하이의 법률회사 보스앤드영에서 파트너로 일하는 허버트 체는 블룸버그에 "중국 당국의 외국 금융사 진출 허가 과정은 아마도 투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초기 대형 금융사의 진출이 이어질 수 있지만, 나머지는 자격이 있더라도 먼저 중국에 진출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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