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군사봉기 시도… "내일은 더 큰 시위"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 2019.05.01 15:46

군부 대다수 여전히 마두로 쪽에 있어 광범위한 군사 반란으로 안 이어져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주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AFPBBNews=뉴스1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30일(현지시간) 군대의 봉기를 촉구한 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수십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한 나라 두 대통령' 상태의 베네수엘라가 혼란의 정점을 맞고 있다.

AP통신, 로이터 등에 따르면 과이도 의장은 이날 오전 수도 카라카스의 카를로타 공군기지 외곽에서 수십 명의 중무장 군인들과 찍은 3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하며 군의 봉기를 촉구했다. 그는 영상에서 "'자유작전'의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며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서 모든 군인에게 봉기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는 과이도 의장이 군을 일으켜 정권 퇴진 압박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영상에는 반정부 시위를 조장한 혐의로 2017년 7월부터 가택 연금 중인 레오폴도 로페스 전 카라카스 시장도 함께 등장했다. 로페스는 마두로 정권이 물러나면 차기 대선에서 야권 대표 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영상이 공개된 후 카라카스 거리엔 수만명의 반정부 시위자들이 쏟아져나와 마두로 퇴진을 외쳤다.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나는 이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종말을 보고 싶다"면서 "이번이 우리가 거리로 나서야 하는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과 정부군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지면서 충돌했다.

베네수엘라 군부가 시위 진압을 위해 장갑차를 동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정부군은 장갑차, 물대포, 고무탄을 이용해 진압 작전을 벌였다. 특히 정부군의 장갑차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면서 이에 깔린 시민도 있었고, 바닥에 쓰러져 있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황급히 달아난 시민도 있었다.

현지 의료기관에 따르면 이날 양측의 충돌로 모두 70여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대부분은 고무탄에 맞아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도 1명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 인권단체 프로베아는 라 빅토리아 시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도중 24세 한 남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이날 과이도의 군사 봉기 촉구에도 대다수 군부는 마두로 쪽에 서 있어 광범위한 군사 반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AP통신은 "이번 군사 봉기 시도가 임시 대통령 선언 이후 과이도 의장이 추진한 가장 심각한 도전이었지만 다수 군부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과이도 의장은 다음날인 1일 '베네수엘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가두시위'를 예고했다. 과이도는 노동절을 맞아 마두로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었던 노동자 계층에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과이도 의장이 군부를 설득해 대규모 군사 봉기에 성공하면 정권 퇴진을 앞당길 수 있지만 반대로 군부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면 과이도 의장이 체면만 구기면서 정치적 입지만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라시아그룹의 남미디렉터 리사 그라이스 타고우는 "그의 지지도와 동원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두로 정권은 이번 시위가 미국이 주도한 쿠데라라며 시위 참여자들을 반역자로 규정했다. 마두로는 이날 밤 TV연설에서 "5월 1일인 내일은 수백만 명의 대규모 시민 행진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때껏 역사에서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침략과 쿠데타 시도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며 지지자들에 맞불 시위를 벌여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거리에서 반정부 시위대 중 한 명이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한편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미 정부 주요 관계자들은 일제히 과이도 의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그들의 자유를 지지한다"면서 마두로 정권을 돕는 것으로 보고 있는 쿠바를 겨냥해서는 "최고 수준의 제재와 함께 철저한 금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존 볼턴 미 백악관안보보좌관 역시 이날 "마두로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 특히 베네수엘라인이 아닌 사람들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중남미 14개국이 포함된 리마그룹도 성명을 내고 베네수엘라 군부에 "마두로 대통령이 아닌 과이도 의장에 충성하라"며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한편 러시아는 성명을 내고 "베네수엘라 야권이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과이도 의장의 군사 봉기 촉구는 군부를 충돌로 끌어들이는 뻔뻔한 시도"라고 비난했다. 볼리비아도 미국이 베네수엘라 야권의 쿠데타를 지원했다고 비판했고 터키 역시 군사 봉기를 촉구한 베네수엘라 야권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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