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데 딸은 학원…나들이도 못 가요"

머니투데이 조해람 인턴기자 | 2019.05.01 06:40

'가정의 달' 휴일에도 학원 가는 학생 多…가정의 달 취지 무색한 '사교육 열풍'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사진=뉴스1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학부모 김호진씨(가명)는 근로자의 날인 1일 가족 캠핑 계획을 취소했다. 딸이 다니는 학원에서 시험 대비 특강을 잡았기 때문. 최근 가족끼리 여가를 즐긴 적이 없어 더 아쉬웠다. 김씨는 "비슷한 처지인 동네 학부모 친구들과 맥주나 한 잔 해야죠"라며 씁쓸해했다.

'가정의 달'인 5월. 모처럼 휴일이 많은 달이지만, 자녀와 나들이조차 계획하기 어려운 가정이 많다. 학원의 휴일 장시간 '보충학습' 때문이다. 과도한 사교육 열풍이 부모의 등골은 물론, 자녀와의 오붓한 시간조차 뺏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30일 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근로자의 날인 1일과 어린이날 및 대체휴일(6일)에도 수업이 잡힌 학원이 많았다. 강남구의 한 대형학원 강사 A씨는 "근로자의 날(1일)에도 시험을 앞둔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 열리기도 하고, 6일에도 다수의 정규반이 개강한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의 한 학원도 "1일 정상 수업을 오후 10시까지 진행한다"고 확인했다.

A씨는 "이중 국어 과목만 여기서 하고 다른 곳에서 또 타 과목 클리닉을 받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휴일도 대부분의 학원이 수업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모처럼의 휴일에도 학원에 가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야속한 심정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학부모 C씨는 "학교가 1일 재량휴일이라 간만에 온 가족이 근교 나들이를 생각했는데, 고등학생인 아들이 1일에 학원 수업이 잡혀 없던 일이 됐다"며 "5월 지나면 당분간 휴일이 없을 텐데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을 시간이 부족해 섭섭하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사진=뉴스1
강사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A씨는 "학원강사로서 양질의 수업을 제공하려 노력하지만, 휴일까지 학원 나와 성적·입시 위주의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보면 때로 마음이 아프다"며 "아이들은 쉴 틈이 없다. 몸이 아픈데도 엄마가 강요해서 수업을 듣다 우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때는 마음이 우르르 무너졌다"고 밝혔다.

한국 학생들의 사교육 부담은 이미 심각한 상태다.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이 2017년 발표한 '학원휴일휴무제 및 학원비 상한제 도입 방안 연구'에 따르면 서울 중학생의 33%, 일반고 학생 36%, 특목고 및 자사고 학생 51%가 일요일에도 학원에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일에 사교육을 포함한 공부 시간이 '10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학생도 8.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사교육으로 인한 여가시간 부족이 행복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학생들의 사교육 시간과 만족도를 연구한 김영철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사교육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결국 적정 여가시간의 부족으로도 직결될 수 있다"며 "학원 수강이나 개인과외 등의 일정에 밀려 가족이 함께하는 주말여행이나 문화활동 등을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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