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예산 다 못쓸 바에 '감세'나 '바우처 지급'이 더 효과적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 2019.04.30 12:10

[소프트 랜딩]슈퍼예산에 초과세수하고 재정지출 안 늘리면 '긴축'하자는 것

편집자주 |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지난 29일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과 투자 동반 부진으로 올해 1분기 GDP증가율이 전기대비 0.3% 감소했다"며 "경제부총리로서 송구스러우며 어느 때보다도 지금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3%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라는 점에서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전기 대비 –10.8% 감소해 전체 GDP 성장률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각각 –5.7%, -4.4% 기록했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에도 4분기에는 오히려 4.4% 증가했다. 이는 4분기 설비투자가 밀어내기 식으로 이뤄졌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가뜩이나 부진할 것이 뻔히 예상됐던 설비투자인데 그마저도 지난 4분기에 집중되다보니 정작 올해 1분기에는 지난 4분기와 비교할 때 –10.8%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부의 재정지출이 너무나 부진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살펴보면 1분기 정부 지출의 성장기여도는 -0.7%p로 설비투자 다음으로 감소폭이 크다. 이는 정부 재정지출이 전분기보다 줄어들어서 경제성장률을 -0.7%p나 깎아먹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4분기만해도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0%로 깜짝 성장을 달성했을 때 정부의 재정지출의 성장기여도는 무려 1.2%p에 달해 GDP성장률보다 높을 뿐 아니라 다른 민간소비나 투자에 비해서도 월등한 수준이었다.

실제 GDP 지출항목(실질기준, 계절조정)에서도 정부 소비는 2018년 1분기 59조4000억원, 2분기 59조6000억원 3분기 60조5000억원이었으나 4분기 들어 62조3000억원으로 1조8000억원 늘어났다. 그런데 2019년 1분기에는 62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쳐 성장률에 대한 정부 지출의 기여도는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물론 올해 1분기에 62조5000억원 수준의 정부 지출은 역대 최고 수준일 뿐 아니라 지난해 1분기보다 3조1000억원 늘어난 규모로 통상 전년 대비 1조~3조원정도 늘었던 추세를 고려하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문제는 현재의 한국경제가 처한 현실이 평년처럼 녹록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이미 OECD나 IMF는 올해 세계경제의 하강 리스크를 지적하면서 세계경제성장률을 지난해부터 꾸준히 하향 조정해왔다. 특히 최근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OECD는 지난 3월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유럽 최대 제조업 국가인 독일의 경제성장률마저 기존의 1.6%에서 0.7%로 무려 0.9%p나 하향조정했다.

한국경제도 이런 글로벌 교역 상황에서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반도체 공급과잉과 단가 하락에 따르는 수출 감소로 업체의 설비투자 급감은 어찌보면 한국경제에 일찍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그럼에도 정부의 재정지출은 지난 4분기 큰 폭으로 이뤄진 후 올해 들어선 평년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이미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과 투자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함에도 정작 소극적인 대응에 그쳤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지난해 정부 예산 대비 약 25조원에 달하는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 3조8000억원의 추경 예산을 편성해 집행했음에도 여전히 세수는 남아돌았고, GDP대비 40%를 밑도는 정부 부채 비율은 OECD의 어떤 국가보다 건전한 수준임에도 남은 세수는 결국 조기 국채 상환에 쓰이고 말았다.

실제로 최근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발행한 국고채는 97조4000억원으로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국고채 발행을 늘려 재정지출을 확대하려던 지난해 재정운용 목표가 초과세수 발생으로 무산됐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정부의 재정 계획과 지출이 소극적인데다 초과 세수까지 발생하면서 정부 재정수지가 개선되고 국가채무 증가폭이 줄어드는 것은 그만큼 재정건전성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 지출이 적고 초과 세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와 기업으로부터 정부가 필요 이상의 자금을 더 흡수했다는 의미로 결국 재정의 긴축 효과가 발생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민간에 투입돼 경기를 부양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로 돈이 흡수돼 오히려 경기를 위축시킨 꼴이다.

올해 편성된 470조원 예산은 문재인 정부가 계획하고 편성한 첫 예산이다. 하지만 역대급 규모의 예산을 짜놓고도 1분기 재정 지출이 크게 늘어나지 못하면서 정부지출 기여도가 –0.7%p를 기록하고 이것이 결국 부진한 설비투자와 함께 경제성장률을 급락시킨 주된 요인이 됐다.

경제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하강 중인 반도체 경기 사이클과 글로벌 교역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수출이 당장 회복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수 경기 역시 급락한 경제 성장률을 견인할만한 충분한 여력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성장률 제고를 위한 긴급처방으로서 SOC투자라도 확대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일텐데,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SOC투자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그렇다 보니 정작 정부 예산은 많은데 쓰지 못하는 게 고민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편성된 추경 예산만 보더라도 경기 부양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는 미세먼지 관련 대응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추경 예산이 집행되더라도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경제연구원들의 평가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세금을 거두어 예산을 제대로 쓰지도 못할 거라면 차라리 미국이나 중국처럼 대대적인 감세를 하거나 국민들에게 바우처로 돌려주는게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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