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제자리걸음' 시스템반도체, 이번에도 '장밋빛 꿈'?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 2019.04.30 15:30

정부,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 발표…산업 육성 '핵심' 민간 수요창출 역부족, 양성 인력 대기업에 몰리는 '빨대효과' 가능성도

정부가 30일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데에는 '오랜 숙원'을 풀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산업의 저변을 넓혀 명실상부한 '종합 반도체강국'으로 자리매김하자는 차원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세운 '2030년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전문기업) 세계 1위,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기업) 시장점유율 10%' 목표가 '장밋빛 꿈'에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효과를 내지 못한 과거 20년간의 지원정책의 전례를 되풀이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분야 '독보적 1위' 국가다. 막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전세계 메모리 시장의 62%를 장악했다. 하지만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로 옮기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시장점유율은 3.1%에 불과했다. 시스템반도체의 핵심축인 팹리스 가운데 글로벌 상위 50위에 속하는 한국 기업은 단 1개 뿐이다.

시스템반도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50~6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으로, 규모는 메모리반도체의 1.5배에 달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핵심 산업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우리로선 꼭 잡아야 할 분야다. 주문형 방식으로 제작되기에 수급 변동에 따른 급격한 시황 변화가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현재 메모리 시장이 단가 급락 쇼크로 불황에 빠진 터라 더욱 매력적이다.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1998년부터 육성 정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략하지 못했다. 시장점유율은 2009년 2.9%에서 지난해 3.1%로 오르는 데 그쳤다. 10년간 '제자리걸음'이다.

과거 대책이 실패한 건 시스템반도체의 특성을 고려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대량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메모리 산업과 달리 시스템반도체는 다품종 맞춤형 생산을 특징으로 한다. 자동차·가전업체 등 수요기업이 원하는 특정 목적에 맞는 제품을 설계·생산하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팹리스가 지속 성장하려면 충분한 수요 발굴을 통한 판로 확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과거 대책은 전자분야 일부 대기업의 수요창출 방안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이에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수요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에너지, 안전, 국방, 교통인프라 등 분야에서 2030년까지 2600만개, 2400억원 이상의 공공수요를 창출하기로 했다. 중소 팹리스가 트랙레코드를 쌓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 팹리스와 수요기업간 협력 플랫폼을 만들어 연구개발(R&D)을 공동 추진하고, 파운드리와의 연계를 강화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 역시 민간의 지속적 수요창출을 가능하게 할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공공수요가 민간수요 창출의 '마중물'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민간에선 자동차·IoT(사물인터넷) 가전 등 5대 분야별 유망기술을 발굴해 수요연계 R&D를 추진한다지만, 규모는 연간 300억원 정도에 그친다.

아울러 고급 설계인력 양성이 중소 팹리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시장 요구에 맞춰 시스템반도체 고급인력 1만7000명을 길러낼 계획인데, 이렇게 배출된 우수인력이 대기업에만 집중되고 소규모 팹리스에는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빨대효과'다.

차세대반도체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 규모에 대해선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10년간 인공지능(AI), 자동차, 바이오 등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약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단순 계산하면 1년에 1000억원 꼴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유망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금액으로 충분치 못한 액수다.

이와 관련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1조원 규모를 발표한 것"이라며 "기업과 현장의 수요, 학계 동향 등을 고려해서 필요하다면 보다 늘려나갈 방법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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