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눈으로 만든 ‘실험적 오브제’…“전시 아닌 극장 온 듯 즐기길”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9.04.27 07:00

스페인 출신 스타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국내 첫 전시…27~11월 17일 대림미술관

스페인의 스타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 /사진제공=대림미술관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계는 독특하고 창의적이다. 창문 밖 보일러 연통에서 나오는 연기를 보고 “굴뚝이 담배 피운다”고 하고, 온탕 속 보글보글 모습을 ‘부대찌개’로 표현하는 식이다.

올해 45세인 이 중년 크리에이터는 자신을 ‘8세 아이’로 정의했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 0세부터 출발한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시작한다고 했다.

아이에게서만 지닌 ‘즐거움’은 이 작가의 최대 무기다. 스페인 출신의 스타 디자이너이자 ‘오브제의 연금술사’로 통하는 하이메 아욘이 최고의 재료에 즐거움까지 더한 작품 140여 점을 들고 한국을 처음 찾았다.

하이메 아욘의 크리스탈 작품들. /사진제공=대림미술관

27일부터 11월 17일까지 6개월간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을 통해서다. 그는 26일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전시간담회에서 작품처럼 천진난만한 아이 미소와 즐거움이 넘치는 대화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저는 모든 사물(오브제)에 다양한 영혼이 살아 숨 쉰다고 믿어요. 그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사물에 숨어있는 판타지를 발견해서 저마다 사연을 입히죠.”

그가 내놓은 지난 15년간의 작품은 한곳에 모아 둘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방대하다. 직접 그린 회화부터 설치물 작업, 가구 등 기능성 작품, 조각에 이르기까지 ‘1인 다각’의 흔적들이 빼곡히 채워졌다. 그렇게 ‘분류’된 작품들이 미술관 2층에서 4층까지 7개 공간에서 선보인다.

Green Chicken, 2006, Lacquered fiberglass & leather & steel, 100 x 40 x 121 cm, Courtesy of the Groninger Museum, NL. /사진제공=대림미술관

“형식적으로는 분류돼 있지만, 제가 작업할 땐 이름도 적지 않고 분류도 하지 않아요. 어떤 장르를 해도 경계를 허문다는 게 제 방식이거든요. 그래서 이 작품이 아트인지 설치물인지 경계를 알 수 없는 작품들이 많아요. 가우디, 피카소 등 스페인의 위대한 선배 작가들이 많지만, 제 작품과 이들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그가 쓰는 물성(재료)은 대개 세라믹으로 시작해 크리스탈, 유리 등 다양하다. 그 물성을 연금술로 주조해낸 작품들은 프랑스 바카라 장인들의 ‘정신’이나 아프리카 유물을 연상시키는 ‘역사’, 기능과 디자인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가구를 통한 ‘생활’ 등 인간에 켜켜이 쌓인 스토리의 모든 것을 응축했다.

작가의 상상 속 캐릭터가 실제 살아나게 된 사연을 담은 마지막 공간인 ‘그림자 극장’에선 종교적 엄숙함이 빚는 탄생의 기쁨까지 체험할 수 있다.

Modern Circus _ Tribes_1. /사진제공=대림미술관

그는 “영감의 원천은 우리 주변에서 얻는다”며 “그 물성이 아무리 뛰어난 미학적 가치가 있더라도 그 안에 스토리텔링이 없다면 공감을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하이메 아욘은 타임, 엘르 데코 등 세계 유수의 매체가 선정한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로, 현재 프리츠 한센, 앤트래디션 등 가구 회사를 비롯해 호텔, 레스토랑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들과 협업하고 있다.

“제 작품의 키워드는 간단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퀄리티이고, 다음이 즐거움이에요. 제가 아이처럼 살고 있어 작품도 최대한 자유로움이 투영돼 있죠. 그러니 여러분들도 전시장이 아닌 극장을 찾은 것처럼 즐겨주세요.”

'그림자 극장'(Shadow Theater). /사진제공=대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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