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도 못 내는 '저질 국회' 끝나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이원광, 조준영 기자 | 2019.04.26 10:03

[the300]선거법·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갈등 진행형…고성, 막말, 몸싸움 '재현' 우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격려의 박수를 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회에 전운이 감돈다.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 갈등 때문이다. 한국당은 ‘국회점거 농성’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고성과 막말, 몸싸움이 오가는 ‘저질 국회’ '동물국회'가 불가피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8시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의안과는 1박2일 간 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점거 농성을 이어간 곳이다.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안 제출과 향후 패스트트랙 지정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도 3군데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법안들이 제출되는 국회 의안과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등이 대상이다.

장외투쟁을 계속할 것인지 재차 묻자 나 원내대표는 “그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새벽 홍영표 원내대표에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청했으나 거절됐다”며 “우리도 의원 5명이 부상됐고 안경이 부서지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소요 사태가 재발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민주당 의원실 소속 보좌진은 전날 저녁 6시쯤 국회 의안과에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의 제출을 시도했다.

오전부터 의안과를 점거하던 한국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이 의안과 진입을 시도했으나 이들에 의해 막혀 되돌아갔다. 다른 문을 통해 의안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저지됐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법안제출을 막아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대치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결국 법안은 팩스를 통해 의안과에 전달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법안 내용을 검토하는 의안과 직원들을 둘러싸고 항의를 이어갔다. 일부는 법안 서류를 집어드는 등 방해 행위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의안과 직원의 법안 검토 작업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백혜련·표창원·송기헌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저녁 7시쯤 해당 소식을 듣고 관련 법안 서류를 챙겨 의안과를 직접 찾았다. 이 때부터 양 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한국당 관계자들은 의안과 내부에서 몸을 활용해 문이 열리지 않도록 봉쇄했다. 양 당 관계자가 몰리면서 고성과 비명 소리가 난무했다.

혼란이 계속되자 병상에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은 경호권을 발동했다. 국회법 제 143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국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국회 안에서 경호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소요 사태는 지속됐다. 한국당 관계자들은 정개특위와 사개특위가 열릴 곳으로 예상되는 회의실들을 옮겨다니며 농성했다. 자정부터 민주당·정의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회의를 시작하려고 했으나 번번히 제지됐다.

마침내 26일 새벽 2시48분 국회 사개특위 전체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한국당의 저지로 일부 의원들이 회의장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뚜렷한 결론 없이 끝났다. 결국 같은날 새벽 4시 민주당이 철수하며 1박2일 간 극한 대치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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