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부위원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러정상회담을 위해 이날 새벽 러시아로 출발할 때 북측이 발표한 수행원 명단에서 빠졌다. 남북·북미·북중정상회담 등 김정은 위원장의 모든 정상일정을 수행했던 김 부위원장이 동행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위원장은 북한에서 비핵화 협상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그가 대표단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에 대한 문책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다만 국가정보원은 김 부위원장의 교체를 ‘실각’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의 판단은 ‘김 부위원장이 당 정치국 위원 등에서 이름이 아직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실각까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바로 뒷자리서 사진 찍었던 김영철
하지만 그 이후에는 공식 활동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13일 김 위원장 재추대 경축 중앙군중대회, 14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107돌 경축 중앙보고대회, 15일 태양절 계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장면에서 김 부위원장의 모습은 없었다.
이를 두고 김 부위원장이 외교일선에서 빠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건강악화로 인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중국과의 밀착 등 비핵화 협상환경의 변화를 앞두고 조직을 재정비했다는 시각도 있다.
새 통전부장으로 교체된 장금철 부장은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4차 전원회의에서 새롭게 당 중앙위원에 임명됐다.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위원에 선임되는 ‘직접 보선’ 과정을 거쳤다.
나이는 50대 후반으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서 대남 민간교류 관련 업무를 담당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외 신상정보는 공개된 바 없다. 비핵화 협상 경험은 없는 것으로 국정원은 판단했다.
민간교류 업무를 주로 해왔던 장 부장이 비핵화 협상을 맡게 되면 북한의 전체적인 대미·대남 전략에도 상당 부분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혜훈 위원장은 “통전부장은 대미관계·북핵문제를 다뤄야 하는 사람인데 (장 부장은) 그런 경력까지는 없어 보인다고 국정원은 판단했다”며 “북핵협상에서 어떻게 역할조정을 완료했는지 등은 향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정은, 대외적인 통일전선 강조 위해 김영철 교체”
정 소장은 “통전부의 통일전선은 대내적·대외적·대남 3가지로 불 수 있다”며 “중국·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와 유대가 있을 때는 대외적인 통일전선이 중요하다. 군부출신으로 대내적 통일전선 부분이 강했던 김영철을 기존 통전부 출신의 당 인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통전부가 군부출신이 장악했다면 이제 기존 통전부 출신이 맡게된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사회주의 체제를 정상화해 보통국가의 최고지도자 입지를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의 비핵화를 굳히기 위한 외교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영철의 교체는 사실상 실각이라고 봐야 한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며 “그의 이력을 봤을 때 현재로서는 통전부장 이외의 자리로 가기에 뚜렷한 것이 없다. 통전부장 만큼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영철에 대한 의존도를 현저하게 줄인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며 “민간교류 업무를 담당해온 장금철로 교체함에 따라 북한의 대남 태도도 유연하고 실용주의적 방향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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