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시급한데 기약없는 '킥스2.0'…왜?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9.04.24 04:09

금융당국 '신중론' 부상, "서두를 것 없다" 속도조절…IFRS17 추가연장 변수·'CEO리스크' 관건

감독회계기준인 신지급여력제도(킥스,K-ICS)의 2차 가안(이하 ‘킥스 2.0’) 공개가 늦어지면서 당초 예정했던 대로 연내 최종안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 내부에서 ‘신중론’이 부상하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3일 “금융감독원이 킥스 2.0을 마련해 금융위원회와 함께 위험률 등 민감한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 보는 중”이라며 “급하게 서둘러 발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라 상반기 중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자산과 부채를 기존 원가 평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자산 건전성 지표인 RBC(보험금지급여력) 제도를 대체할 킥스를 준비하고 있다. IFRS17 도입이 2021년에서 2022년으로 1년 연기되면서 킥스 시행도 이에 맞춰 미뤄졌지만, 당초 예정했던 일정대로 올해 킥스 2.0에 대한 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당국 내 신중론이 커지면서 일정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파악된다. 킥스 2.0 공개가 상반기 이후로 늦춰지면 연내 최종안 발표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계 기준 변경으로 멀쩡한 보험사가 휘청이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업계에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세부 기준을 논의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킥스 2.0 이후 바로 최종안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킥스 3.0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킥스 발표 일정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선 배경은 우선 물리적으로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IFRS17 도입이 1년 연기된 데다 국내외 보험업계에서 1년 추가 연기를 요구하고 있어, 관철된다면 총 2년의 시간을 벌 수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유럽 보험협회와 함께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IFRS17 도입을 추가로 1년 더 연기해야 한다고 건의한 상태다.

유럽은 IFRS17 시행에 대비해 2016년 감독규제인 ‘솔벤시2’를 먼저 도입했지만 비용과 인력 등 예상보다 과도한 부담이 발생해 최근 규제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킥스라는 명칭은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가 마련하고 있는 보험자본기준(ICS)에서 따왔는데, 킥스의 토대가 된 ICS도 2025년에 시행될 예정이라 세부 기준이 계속 변경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만 킥스를 서둘러 시행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킥스 시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과 최종안이 공개될 경우 일부 보험사 CEO(최고경영자)들이 자본확충을 최대한 미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당국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임기가 짧은 CEO들의 경우 본인 임기에 최대한 자본확충을 피하려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세부 일정이나와야 차질없이 준비할 수 있는 만큼 각사별로 자본확충과 관련한 세부 이행계획을 받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 기준을 확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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