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윤영찬 라이브스톡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꿈만 같다고 했다. 창업한 지 이제 1년. 그의 표현대로 어쩌다 보니 회사까지 차렸지만 대통령 순방 경제사절단은 꿈꿔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윤 대표는 2017년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공모전에서 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한 방목 가축 관리 웨어러블 장치로 아이디어 부문 대상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가축의 목에 매다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송신기와 스마트폰 수신기로 구성된 이 장치는 최소한의 전력 사용이 장점인 위치추적기다.
전기가 부족한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GPS를 이용해 가축을 관리할 수 있는 '착한 기술'인 셈이다. 가축을 초원에 풀어 방목하는 유목 특성상 도난당하거나 야생동물 먹이가 되는 가축을 좀더 쉽게 관리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국내에선 낯설어 보일 수 있는 방목가축 위치추적 아이디어는 윤 대표 경험에서 출발했다. 윤 대표는 언어학자인 부모님을 따라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꼬박 10년을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지냈다.
윤 대표는 "유목 생활을 하다 보면 가축을 찾으려고 3~4시간씩 무작정 돌아다녀야 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이렇게 고생해도 1년에 수십마리씩 가축을 잃어버리는 피해 때문에 수천 년 간 이어져 온 유목문화가 사라져간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심사단은 윤 대표 아이디어에서 상생 가치와 실현 가능성을 봤다. 이 아이디어는 2017년 수상작 가운데 1년 동안 사회적 영향력이 큰 팀에 주는 임팩트 부문에서 지난해 다시 우수상을 받았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중앙아시아 현지 반응은 고무적이다. 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 기간 중 라이브스톡은 카자흐스탄 가축이력관련연구소와 기술협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소위 돈 되는 장사는 안될 수 있지만 윤 대표가 열정을 쏟아붓는 건 이 사업이 '비즈니스'만이 아니라 '기술에서 소외된 삶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기술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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