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여년 핍박' 아이누 소수민족 인정…일본, 사과는 없어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19.04.22 13:39

19일 홋카이도 소수민족 아이누 '원주민' 인정하는 법안 가결…아이누족은 사과 없다며 반발

일본 홋카이도의 소수민족 아이누족.1904년./사진=위키피디아.


일본 정부가 600년 만에 북부 홋카이도의 소수민족인 아이누 민족을 처음으로 '원주민'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그동안 아이누족에 대해 수백 년 가까이 가한 조직적인 차별과 핍박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아 아이누족의 반발을 사고 있다.

2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일본 의회는 19일 아이누족을 원주민으로 명시하며 아이누 민족 문화 전승과 관광 진흥을 지원하기 위한 교부금 창설 등을 담은 법률을 통과시켰다. 6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누족을 원주민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시이 케이치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시 "다양하고 활기찬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아이누 민족의 문화를 보존하고 그들의 민족적 자긍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이누족은 일본 정부가 자신들과 상의조차 하지 않고 정책을 밀어 붙였으며, 과거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관광 진흥을 위해 문화 사업을 벌일 뿐 아이누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실질적인 보존책이 없다는 것이다. 관광 사업마저도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해 아이누족이 스스로 무언가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수민족 인권운동가인 마크 존 윈체스터는 "이 법안에는 원주민 정책의 근간을 이뤄야할 '민족자결권'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이누족의 원로인 시미즈 유지는 "왜 정부는 사과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일본은 우리를 강제로 식민지로 만들면서 우리의 문화를 말살했다. 이것조차 인정하지 않은 채 이제는 우리를 박물관 전시품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일을 인정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아이누족과 1457년부터 크고 작은 분쟁을 벌여왔으며 1789년에 아이누족의 땅을 완전 점령했다. 1899년에는 '홋카이도 구토인 보호법'을 제정해 일본식 교육을 강제하고 기존 아이누족의 토지 소유권을 박탈했다.


일본이 '민족문화 말살'(동화) 정책을 펼치면서 현재 아이누 족의 고유 언어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단 두 명뿐이다. 얼마 없는 아이누족의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3년에는 1만7000명의 아이누족이 있었지만, 2017년에는 1만3000명으로 줄었다.

홋카이도 대학교의 제프리 게이맨 아이누학 교수는 "아이누족은 사라지고(vanishing) 있다"면서 "실제 통계보다는 10배나 많은 아이누족이 있다고 예상되지만, 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모르고 살아간다"고 지적했다.

일본 내에 만연한 차별 때문에 대다수의 아이누족들이 민족 정체성을 숨기고, 자식들에게도 이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홋카이도 아이누 협회에 따르면 아이누족의 30%가 인종차별을 겪거나 주위 사람이 받은 것을 목격했다. 그 중 절반이 정부 관계자나 공무원들과 접촉할 때 이를 경험했으며, 학교·직장은 물론 결혼·취업 등에서도 차별을 겪고 있다.

이같은 사회적 차별은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누족 대다수는 빈곤과 실업에 시달린다. 아이누족의 대학진학률은 25.8%로, 홋카이도 평균인 42%보다 현저히 낮다.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기초수급자의 비율도 홋카이도 평균보다 1.6배나 높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1000도 화산재 기둥 '펑'…"지옥 같았다" 단풍놀이 갔다 주검으로[뉴스속오늘]
  2. 2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3. 3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
  4. 4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홍명보의 말…안정환 과거 '일침' 재조명
  5. 5 유명 사업가, 독주 먹여 성범죄→임신까지 했는데…드러난 '충격' 실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