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할까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19.04.22 04:55
2019년 주주총회 시즌이 마감됐다. 단일 주제로는 사외이사 선임 문제가 가장 비중이 컸다. 후보 추천절차 정비와 투명성, 다양성 제고, 경력과 역량평가, 독립성과 이해상충 가능성 등이 관심을 모았다. 기업들은 사외이사 후보 발굴이 많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진화한다는 증거다.

후보 발굴이 어려워질수록 재선임이 대안이다. 그래서 장기재임 사외이사 문제가 나온다. 이번 주총 시즌에는 21년 동안 한 회사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교수가 퇴임했고 삼성전자에서도 재선되면 10년을 넘긴다는 이유로 교체가 이루어진 사례가 발생했다. ‘국내 최초 사외이사’ 타이틀을 보유한 80대 한 사외이사는 재선임됐는데 24년 재직 기록을 작성할 전망이다.
 
‘오너 회사’에선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서 회사를 속속들이 알고 경영진을 잘 이해하는 사외이사가 편하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하는 모험과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임기 동안 사외이사 직무를 잘 수행한 사람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교체하겠다고 하는 것은 통상적인 인간관계에서 거북한 일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재선을 반복하면서 재임기간이 길어진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은 사외이사 장기 연임에 반대하는 입장을 이번에 확실히 했다. 국민연금은 임기가 10년을 넘어서는 후보는 반대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사외이사가 장기재임하는 경우 경영진과 유착이 발생해 독립성이 약화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 같은 ‘주인 없는’ 회사에서는 장기재임 사외이사가 경영진 위에 군림할 수도 있다. 공식적으로는 이사회가 회장을 선출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결권자문회사 ISS의 한 연구에서도 이사회 구성원의 평균 재임기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짧은 경우 회사 실적이 부진하고 사업상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외부인이 내부자가 되는 것을 막는 적절한 ‘이사회 물갈이’가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
 

장기재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이사회 평가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평가가 좋지 않은 이사는 퇴출한다는 것인데 합당한 제도로 보이고 미국에서는 대다수 회사가 채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평가결과가 공개되지도 않고 이사 개인이 아닌 이사회 전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또 외부평가가 아닌 자체평가다.
 
둘째, 임기제한이다. 국내에서 금융회사에 강제적용되는 방식이다. 연임 횟수에 제한이 있고 총 재임기간에도 제한이 있다. 이 또한 문제가 많다. S&P500 기업 중 5% 정도만 임기제한을 두는데 그나마 15년 이상이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각각 12년, 4년으로 규제한다. 영국과 홍콩은 9년, 프랑스는 12년을 권고한다.
 
셋째, 연령제한이다. S&P500 기업의 4분의3이 활용한다. 그러나 한 조사에 따르면 2017년 현재 40% 이상 기업들이 75세 이상 연령제한을 뒀는데 상승 추세다. 개인별 예외제도도 널리 활용된다.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이 사외이사 정년 70세를 도입하려다 축출된 사례가 있다.
 
임기와 연임제한은 회사자율, 산업별 기준, 정부규제나 모범규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기업지배구조 일반과 마찬가지로 권고적 방법이 무난하다. 임기와 연령에 제한이 없는 워런 버핏(88)의 버크셔해서웨이 이사회는 평균연령이 77세고 3인이 90세 이상이다. 마크 저커버그(34)의 페이스북 이사회는 평균연령이 54세다. 결국 리더와 경험이나 가치관을 공유하고 호흡이 잘 맞는 팀이 구성돼 같이 오래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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