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버지의 유언이 지닌 무게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 2019.04.21 15:53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세상을 떠난 지 나흘 만인 지난 12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장례를 위해 고인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그를 보기 위해 도착 시간인 새벽 5시 인천국제공항을 지켰다. 당시 상황상 심경을 물어도 말없이 떠날 것이라는 게 현장 분위기였다.

공항 도착장에 나타난 조 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예상과 달리 가던 길을 멈춰 섰다. 그는 "가족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전했다. 귀국편 비행기에서 부친의 말을 마음에 품은 듯 했다.

조 회장의 마지막 말은 장례식장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5일 동안 회사장으로 진행된 장례식은 엄숙히 진행됐다. 조 사장과 유족은 빈소를 드나들 때마다 침통한 표정이었다. 조 사장은 영결식을 마친 뒤 고인의 영정을 안으며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다음날인 지난 17일, 조 사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지난 날의 아픔은 뒤로 하고 새로운, 하나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


실제로 조 사장이 감당해야할 일이 적잖다. 올해 1분기 실적발표, 한·중 운수권 배분, 오는 6월 서울서 열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 등이 당면한 숙제다. 갑질 논란을 자초하면서 오너 일가를 둘러싼 사회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아내야 한다.

조 사장에게 더 큰 일은 상속 문제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마련해야 하는 상속세는 2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1차 상속세 신고 기한인 10월까지 오너 일가가 재산을 확인하고 정리해야 한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의 경영권 공격 드으로 약해진 그룹 지배력을 고려할 때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 지분을 팔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잘 이끌어나가라"는 아버지의 유언이 무거웠던 걸까. 조 사장이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건 같이 일해야 할 임직원이었다. "여러분이 함께 하기에 저는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앞으로 어떻게 지켜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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