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묻지마 살인' 범인 사각지대…안인득 '우범자 등록 안돼'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김지성 인턴기자 | 2019.04.19 07:00

전문가들 "법적근거 마련해 정신질환자·우범자 관리해야"…강력범죄자 관리 법령 아닌 행정규칙 뿐

(진주=뉴스1) 여주연 기자 = 17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오전 4시 30분께 발생한 방화·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40대 남성 안 모(43)씨가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이 사건으로 본인 집에 불을 지른 뒤 계단에서 대피하는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안 씨는 임금 체불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방화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4.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남 진주 '묻지마 칼부림·방화' 사건의 범인이 과거 조현병 판정을 받은 폭행 전과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우범자(범죄경력자 중 재범 우려가 있는 인물) 관리 소홀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 등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묻지마 칼부림·방화 범인, 우범자 등록 안돼=18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남 진주 '묻지마 칼부림·방화' 사건의 피의자 안인득(42)은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우범자에 등록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2010년 폭력행위처벌법 위반으로 구속돼 충남 공주치료감호소에서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판정을 받았다. 당시 안씨는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올해 들어서는 주민과 다툼으로 112에 총 7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범죄 위험이 높았음에도 경찰이 안씨를 우범자로 등록하지 않은 건 우범자를 규정·관리하고 있는 경찰청 예규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의 우범자에 속하지 않아서다.

경찰청 예규에 따르면 우범자는 살인, 방화, 강도, 절도, 마약류사범 등 범죄 경력이 있는 자 가운데 재범의 우려가 있는 사람을 선정한다. 안씨의 과거 전과는 강력범죄가 아니었던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강력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정신질환 전과자를 따로 관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법이 제대로 갖춰져야 현장에서 경찰관이 확실히 관리·감독할 수 있다"며 "잠재적 강력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범자의 범주에 넣지 않더라도 따로 정신질환 전과자를 관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우범자 관리, 법적 근거 마련해야"=실제 경찰이 강력범죄자를 우범자로 등록을 하더라도 관리를 하기는 쉽지 않다. 우범자 관리의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현재 우범자를 관리하는 경찰청 예규는 상위기관이 하위기관에 내리는 일종의 행정규칙일 뿐 법령은 아니다.


경찰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에는 '우범자'라는 단어가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치안정보 수집이라는 경직법상 업무범위를 확대해석 해 우범자 관리 예규를 만든 것이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현장에서는 논란이 발생한다. 특정 인물을 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보고 일종의 '감시'를 하는 우범자 정책 특성상 당사자의 인권침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2012년 4월 강도강간 14범 전력의 우범자가 담당 경찰과 대면한 이후 자살하는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경찰은 우범자와 직접 대면을 피하고 간접적으로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우범자 관리가 소홀하다는 비난을 받자 2017년 1월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신상정보관리‧전자발찌 등 제도가 있어 중점관리 우범자였던 성폭력 범죄자를 우범자에서 제외했다. 우범자 관리 등급도 기존 중점관리‧첩보수집‧자료보관 등 3단계에서 첩보수집 등급으로 일원화했다.

재범 확률이 높은 우범자를 추려 집중 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경찰이 관리하는 우범자는 2016년 4만여명에서 지난달 1만7597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범자 관리의 법적 근거 부재로 경찰은 현장에서 '강력 범죄예방'과 '인권침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범자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까지는 경찰이 우범자를 상대로 제재를 가할 수 없다"며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경찰이 적극적으로 우범자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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