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대보증 폐지라더니"…어느 스타트업의 눈물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 2019.04.18 05:05
“연대보증이 없다는 말 믿지 마세요. (회사가 폐업하면) 대표에게 구상권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신용불량자는 피할 수 없습니다.”

미용실·네일숍 예약서비스를 운영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 A씨가 이달 초 회사를 폐업하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남긴 글이다. A씨는 “폐업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라며 “신용대출을 일시상환하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어 공포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은 금융권이 채무기록을 남겨놓는 ‘관련인 등록제’ 때문이다. 한국신용정보원 등은 기업이 폐업할 경우 해당 50% 이상 과점주주, 지분 30% 이상 최다출자자 등을 관련인으로 등록해 관리한다. 자기자본으로 창업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 관련인으로 등록되면 해당 정보가 금융권에 공유돼 신용도 하락 등의 제약을 받는다.


관련인 등록제로 인해 정부의 연대보증 폐지 정책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는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이 기업대출을 지원할 때 법인 대표에 대한 연대보증을 폐지했다. 창업을 활성화하고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연대보증 폐지’를 철석같이 믿은 스타트업 대표들로선 억울함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채무상환 의무만 없어졌지 여전히 불이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가 연대보증이 없다고 홍보했는데 신용이 깎이면 ‘불완전판매’를 한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금융위는 해당 제도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성실경영을 약속하는 ‘투명경영이행 약정’을 체결하고 이를 준수할 경우 관련인 등록을 하지 않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제도 개정 시 이미 연대보증 폐지를 믿고 대출받은 스타트업 대표들에 대한 소급적용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연대보증 폐지의 취지가 ‘실패의 허용’이라는 점을 되새길 때다. 실패가 두려운 사회에서 ‘제2벤처붐’은 요원하다.

사진=고석용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
  5. 5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