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연기됐는데.." 자본확충 '불 떨어진' 보험사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19.04.22 05:15

올해 LAT 결손금액 첫 발생.. 6개 생보사만 추가 부채 적립액 5조원 육박할듯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2022년으로 1년 연기됐지만 생명보험사들은 당장 올해부터 부채 시가평가에 따라 수조원대 부채(준비금)를 추가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IFRS17 ‘연착륙’ 방안으로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부채 적정성평가(LAT)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6개월마다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줄 보험금, 즉 부채 평가를 해야 하는데 현행 원가평가와 시가평가의 일종인 LAT 평가금액을 비교해 LAT 평가금액이 더 크면(결손금 발생) 차액만큼을 더 적립해야 한다.


18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생보사들은 원가평가 금액이 더 많아 추가 적립 필요성이 없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결손금액이 발생하면서 수조원대 부채를 더 쌓아야 한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생보사들은 IFRS17 도입 연기에 맞춰 LAT 규제 수준도 완화해 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최근 각 보험사를 상대로 LAT에 따른 부채평가 추정액이 올 연말 기준으로 어느 정도까지 늘어나는지 현황을 파악중이다.

금융당국은 감독규정을 개정해 2017년부터 LAT 계산에 따라 보험부채를 단계적으로 시가평가 하도록 했다. IFRS17 도입 시점에 갑자기 원가평가했던 부채를 시가 평가로 전환하면 도입 충격이 너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왔던 것. 보험사들은 보험부채를 원가평가와 LAT 2가지로 나눠 계산한 뒤 부채규모가 더 큰 금액 기준으로 준비금을 쌓아왔다. LAT로 부채를 평가할 때는 국고채 수익률에 일정 스프레드를 붙여 할인율을 결정하게 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가로 평가한 부채규모가 LAT 평가액보다 더 커(잉여금) 시가평가로 인한 영향이 거의 없었지만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보험사가 미래에 얻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자율인 ‘할인율’이 지난해 3%대 초반에서 올해 2%대 중후반으로 약 40bp 급락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할인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보험부채가 불어나게 된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함께 LAT 규제 수준이 단계적으로 강화된 영향이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 빼고는 대다수 생보사들이 올해 처음으로 원가평가 부채규모보다 LAT 부채액이 커져 수조원대 ‘결손금액’이 생길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 상위권사들은 각사별로 1조5000억원~2조원대 규모의 결손액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는 과거 고금리 계약을 많이 판 KDB생명, 흥국생명, ABL생명 등을 합치면 부채 추가적립액이 5조원대 육박할 것으로 추산한다.


IFRS17가 도입된 것은 아니라서 LAT로 인한 부채 증가액 전부가 자본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증가하는 부채 가운데 30%가 자본에서 빠지고, 내년에는 40%가 빠진다. 또 부채 증가에 따라 가용자본이 줄어 올 연말 생보사의 RBC(보험금 지급여력 비율)가 10%포인트 이상 급락할 수 있다. 이 경우 보험사는 자본확충 부담을 안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이 당초 예상보다 1년 연기가 된 데다 일각에선 추가 연기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LAT는 2017년 만든 기준 그대로 규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 할인율이 급격하게 떨어져 새 회계기준을 도입하기도 전에 보험사들이 너무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LAT의 영향이 전년보다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에 제도개선 등 대응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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