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긁는 맛에 산다"…당신의 '홧김비용'은 얼마인가요?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19.04.21 06:00
/사진=이미지투데이
#직장인 정하림씨(가명·27)는 요즘 '소비'가 유일한 낙이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날엔 돈이라도 써야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회사 때문에 짜증 나서 네일아트 받으러 가고 욱해서 맥주 사 들고 귀가한다. 통장 잔고는 줄어들지만 돈 쓰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된다. 정씨는 "우리 팀 김 과장만 없었어도 100만원은 더 모았을 거다"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스트레스를 받아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이른바 '홧김비용'이 직장인 지출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업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계획에 없는 소비를 하는 직장인이 많아진 것. 이들이 쓰는 홧김비용 지출액은 천차만별이지만 "스트레스 해소에 특효약"이라고 입을 모은다.

18일 신한은행이 발간한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0~50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5.5%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별도 비용을 지출한다'고 답했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이 '홧김비용'을 쓰는 셈이다.

여성은 주로 의류·잡화 쇼핑과 미용실·네일아트 등 외모 단장으로 홧김비용을 지출했다. 반면 남성은 외식·음주나 게임·스포츠 등 취미용품 쇼핑에 지출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박서영씨(23)는 "내 홧김비용은 택시비"라며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날엔 택시로 출퇴근한다. 이번 달에도 벌써 택시비만 15만원 정도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신한은행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직장인이 홧김비용으로 쓰는 돈은 월평균 20만원가량. 직장인들은 홧김비용으로 한 달에 2.4회 돈을 쓴다고 답했으며, 회당 평균 지출금액과 월평균 지출금액은 각각 8만6000원, 20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평균 금액이 20만원이지만 홧김비용 지출액은 개인 소비 성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적게는 수천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홧김비용으로 소비한다.

직장인 이윤경씨(25)의 홧김비용은 월 평균을 훌쩍 넘는다. 그는 "내가 느끼기에 20만원은 '평균' 금액이 아닌 '최소' 금액 같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백화점 한 바퀴만 돌아도 금방 20만원을 쓰게 된다"며 "최근엔 충동적으로 베트남행 항공권을 구매했다. 카드 긁는 재미에 산다"고 전했다.

반면 적은 지출로 스트레스를 푸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박민서씨(가명·28)는 "홧김비용이랍시고 돈을 너무 많이 썼더니 카드값이 또 스트레스가 되더라"면서 "굵직한 소비 대신 카카오톡 이모티콘 같은 소소한 소비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했다.

'홧김'에 소비하는 비용이라는 특성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출근길과 업무 시간에 홧김비용을 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장민수씨(가명·33)는 "업무 시간에 하는 소비 대부분이 홧김비용이라고 보면 된다.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이것도 못사?' 하는 느낌으로 돈을 쓴다. 출근길 카페에서 커피를 사는 것도 홧김비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홧김소비도 '내성'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소비' 자체가 술, 담배 등과 같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행동 중 하나다. 때문에 홧김비용을 써도 괜찮다는 사람이 80% 이상이다. 그러나 충동적인 소비를 후회한다는 사람 역시 많다"면서 "처음엔 홧김비용으로 2만원만 써도 기분이 좋았는데 나중엔 5만원, 10만원씩 써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일종의 내성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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