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세월호 2년, 20년전 '판박이' 참사, 그 이후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9.04.15 18:27

[세월호 5주기-이제는]852명 사망 이후 스웨덴은 구조 시스템 전체 뜯어고쳐

/AFPBBNews=뉴스1


"그날 밤 사고는 단순히 조타를 잘못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재판 과정에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이가 없어서 적절한 주장들이 무시되거나 잘못 이해됐다"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의 한 안전 관련 컨퍼런스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2년전인 2012년, 400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항해 중이던 이탈리아의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토스카나 해변에서 좌초했다. 32명의 사망자와 15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프란체스코 스케티노 선장은 늦은 안내 방송으로 사고를 키운 데다가 배를 버리고 도주했다는 이유로 '겁쟁이 선장'이라는 세계적 놀림거리가 됐다. 여러모로 세월호와 비슷한 사고였다. 2017년 이탈리아 법원은 그에게 16년형을 선고했다. 이후 로마에서 수감생활 중인 그가 한 통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편지에는 사고에 대한 후회와 반성도 담겼지만, 혼자 주요 책임을 뒤집어 쓴 데 대한 억울함이 더 많았다. 안그래도 형량이 너무 적다는 비판이 많았던 이탈리아에 다시 한번 분노가 일었다. 2013년 선주측도 100만유로(약 12억9000만원)의 벌금만 내고 모든 잘못에서 빠져나갔던 터였다.
/AFPBBNews=뉴스1

콩코르디아호의 사고 그 이후 이탈리아가 아직도 공분하는 것과 달리 1994년 '에스토니아'호 참사 이후 스웨덴에선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당시 9월27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향하던 에스토니아호가 발트해상에서 침몰했다. 989명의 승객과 승무원 중 총 852명이 사망하고 137명만이 생존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해상 사고였다.

당시 태풍이 예고됐으나 악천후에도 선박은 출항했고, 화물도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았다는 보고서가 5년뒤 나왔다. 탈출 방송 역시 배가 침수하기 시작한지 20여분이 지나서야 나왔고 그마저도 에스토니아어로 방송돼 승객들은 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선원들은 승객들의 탈출을 돕는 대신 보신을 택했다. 배를 버리고 도망친 선장 등 세월호, 콩코르디아호와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생존자 중 3분의 1이 승무원이었고 비겁한 선원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스웨덴 수사당국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단 한명도 기소하지 못했다.

유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정부는 에스토니아호에서 잠든 650여구의 시체를 수습하지 못한채 선체에 콘크리트를 부어 매장했다. 사회적 부담감을 더 크게 고려했다. 그렇게 수심 80m 속 거대한 콘크리트 묘지가 생겼다. 그 인근은 추모해역이 됐다.
/AFPBBNews=뉴스1

유가족들의 슬픔을 모두 어루만지진 못했지만, 이 같은 참사를 계기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스웨덴 정부는 선박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구조활동도 개선했다. 한마디로 훈련의 일상화가 됐다. 민관군이 주기적으로 합동훈련을 하고, 구조센터와 요원들도 대거 보강했다. 에스토니아 사고 전 30분 이상 걸렸던 구조대의 출동 시간은 이후 절반 이상 줄었다. 스웨덴 정부는 여객선 수십척의 구조설계도 변경토록 했다. 2014년엔 20주기 추모식이 열렸고 스웨덴 국왕은 통철한 반성과 애도를 표하며 다시는 그러한 참사가 발생치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 비상대피로 규정을 강화했다. 세월호는 IMO의 규칙이 바뀌기 전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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